도서관에서 빌려온 그의 책들 중 이제 남은 건 '뤼미에르 피플', '다행히 졸업', '표백' 그리고 '열광 금지, 에바로드'. '뤼미에르 피플'은 연작소설이라 약간 망설여지고, '다행히 졸업'은 장강명 외에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야 하므로 살짝 뒤로 미루고, '표백'은 몇 해 전에 이미 읽었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열광 금지 에바로드' 뿐.
'에바로드'가 일본 에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 따왔다는 것은 책 소개를 통해서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호모도미난스'를 읽고 막 SF의 맛을 알았는데 또 그런 류를 읽는다는 것은 조금 물리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애니메이션이라니,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늑대아이' 등을 겨우 본 사람이다. 특히 '늑대아이'를 풀로 봐야 했을 때는 거의 고문이나 다름 없었다.
아,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편식주의자인가.
아무튼 그런 이유들로 이 소설을 읽기가 조금 꺼려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명 '믿보작(믿고 보는 작가)' '장강명'의 이름에 '제 2회 수림문학상 수상'이라는 인증을 믿고 가기로 했다. 설사 너무나 난해한 애니메이션 내용이더라도 아무렴 어떠냐, 장강명인데? 싶은 심정이었다.
'평전'이라는 형식을 빌려온 이 소설의 서술자는 뜻밖에도 '기자'다. 옛날에는 에반게리온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뭐 다 옛날얘기인 듯 싶은 그런 평범한 기자. 그가 인터뷰하는 '오덕'이 주인공이다. 그럼 이 '오덕'이 과연 어떻게 생겼냐,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