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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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낚시터에서 잡아온 물고기들을 본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물속을 헤엄치며 아가미로 팔딱팔딱 호흡하던 생명, 하지만 지금은 비릿한 강 비린내가 훅 끼쳐 올라오는 멈춰버린 생명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칼을 들어 대가리를 내리친다. 완벽히 죽이고 나서야 이 생명이 살아 있던 시간들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역설적이다. 이미 낚시터에서 매운탕에 소주를 가볍게 마시고 온 남편은 소파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그 위로 이제 세 살, 사람 나이로 여섯 살이 된 초코가 남편의 배를 침대 삼아 누웠다. 

저들도 생명이지. 나는 죽지 않은 것들을 보면서 살아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언젠가는 죽지만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들. 미처 알기도 전에, 준비하기도 전에 남편이, 초코가 대가리가 잘린 물고기처럼 죽어버린다면 어떨까. 섬뜩하기도 하고 벌써부터 마음이 울적하기도 하고,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천희란의 소설은 그 막연함을 생각하게 한다. 


지구 종말,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 화성 여행 등 비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지금과 별 다를 것 없는 인간들이 죽음을 맞고 남은 이들은 앞으로의 죽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름의 방식대로 고민한다. ‘살게 되거나 죽게 되는 것, 매 순간 양립 불가능한 두 개의 미래만이 우리 앞에’놓여 있지만 그것은 승리를 알 수 없는 카드게임처럼 의미가 모호하고 현실에서 양립 불가능한 것이다. 죽음도 삶도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하루하루를 버티거나 모든 걸 해탈한 듯 초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죽을 것이란 것을 알고 옆에 있는 이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일 뿐. ‘죽은 자의 이름 앞에서 산 자의 이름이 무용’ 해지더라도. - 창백한 무영의 정원 中 죽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남편을 만나기 한참 전이었고 대학을 갓 졸업하고 난 뒤였다. 가정은 무너졌고 뜻하지 않은 병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떠나갔고 진실한 몇 명만이 남아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고 가는 일이 이어졌다.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이 내가 하는 유일한 일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인 에어』, 『로마의 휴일』 그리고 『타이타닉』....... 내가 울었던 건 잭이 로즈를 구명정에 태우고 혼자 깊고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배의 한쪽 귀퉁이가 부서져 선두가 하늘로 치솟고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중력에 이끌려 힘없이 바다로 추락할 때 바이올린과 첼로, 바순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면서 떨리는 입술을 앙 다물던 연주자들, 날 울게 한 건 그들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죽음을, 노래는 막을 수가 없다.


다만 두려움 앞에서, 마지막 순간 앞에서 위로를 줄 수는 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배에서 탈출하지 않고 떨리는 손을 감춘 채 연주를 계속하던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예언자들』 속 여자는 그 연주자를 닮았다. 지구가 종말 할 것이란 것을 알지만 그것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걸 멈추지 않는 여자.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쓸모없는 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되뇌는 여자. 오래 전 보았던, 날 살게 했던 영화의 한 장면과 소설 속 장면이 오버랩 되고, 생선 비닐이 묻은 손을 씻어내며 나는 가만히 읊조린다. ‘쓸모없는 것이 아름답다.’ - 예언자들 中








##이글은리뷰를어떻게해야하나ㅠㅠ고민하다가상상을가미해서쓴것입니다 오글거리고 으잉 싶지만ㅎㅎ길이가 아까워서 올리는. . 졸작리뷰. . 소설집 앞에 있는 두편을 꺼내서 쓴 것이고 나머지는 실력 부족으로 쓰지 못했습니다ㅎ. . 더 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으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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