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딘성으로 가는 길 -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전진성 지음 / 책세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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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그동안 제대로 설명된 적 없었던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재조명하고 마음의 빗장을 굳게 닫은 그들이 베트남에 사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스스로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울 수 있을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꿈꿀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베트남 참전 용사들,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버린 이들은 자신들이 베트남 전쟁에서 명백한 가해자였음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뻔뻔하고 소통이 안되는 보수주의자로 보고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사실 그 비난은 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한 우리에게 있음을, 그들을 전쟁의 도구, 미국의 무기로만 활용하고 차갑게 외면해버린 국가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 역시 가해자이자 국가 권력의 희생자였지만, 그들을 전쟁터로 보낸 국가는 단 한 번도 그들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보듬어주거나 전쟁에 참전하게 한 것을 사과한 적이 없다. 공산주의에 패배한 국가의 참전 용사들은 자신들을 돌보아 주지 않는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공산주의를 빨갱이라고 욕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국가에게 시위하는 것보다 그 편이 더 빠르고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를 믿고, 혹은 국가에 충성을 다했던 자신들이 한 짓을 감당하고 인정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들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들도 죄가 있다. 그동안 수박겉핥기 식으로만 베트남 참전 용사들에 대해 알았는데, 책을 읽고 나니 참 마음이 아프다. 결국 국가라는 잔인한 폭력과 미국이라는 거대 악이 저지른 일에 가난한 국민과 베트남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베트남은 물론, 전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버려졌던 참전 용사들에게 우리는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진심으로 베트남에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잠깐 국가유공자를 조명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저열하고 비겁한 행위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국가가 베트남 참전 용사들에게 사과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베트남에도 진정한 사과를 할 수가 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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