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넘어서야 도시로 이사하게 된 나는, 솔직히 도시가 더 좋다^ㅡ^

도시 생활 10년도 안되었지만 시내로 나가려면 1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 했던 시골과 달리 

조금만 걸어 나가면 도시엔 극장과 쇼핑몰, 10분 간격으로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편리한 교통, 맛있는 먹거리 등이 있으니까. 물론 도시 생활도 팍팍한 점이 있긴 하지만! 시골에서 살아본 내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 티비만 틀면 나오는 산촌과 어촌, 농촌의 모습처럼 시골이 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낙원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물론 내가 이렇게 못 박아두지 않더라도 다들 잘 알 것이다.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동경한다는 것을. 그런 삶은 도시에서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티비 속 연예인들의 한가롭고 걱정 없는 전원 생활을 입 벌리고 바라본다는 것을. 도시에선 어른들도 바쁘지만 아이들도 엄청 바쁘다.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 숙제에 시달려야 한다. 성인이라면 유년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이다. 그 소중한 시기에 반짝반짝하게 놀아 본 경험, 친구와 소소하게 수다를 떨어 본 경험이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아이들을 보는 내 눈빛이 조금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미야시타 나츠는 나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남편을 둔!!! 도시 생활을 좋아하는 여자다.

저자가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도시 생활에 에너지가 몽땅 방전되어 버린 남편이 가자고 해서 한순간에 덜컥 따라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엄청 툴툴대거나 못마땅해한 것은 아니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하고 만족하고 있던 저자로서는 굉장히 난감하고 걱정도 많았을 것이다. 당장 애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집이며 직장은 어떻게 구할 것인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 뒷감당은? 



시골 출신으로서 저자가 했을 걱정이 구구절절 공감이 갔다. 남편이 조금 이기적이게까지 보이기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웬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아이들까지 시골, 아니 그보다 더 산꼭대기에 있는 산촌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반가워한다. 우등생인 첫째까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살아보는 거다. 산촌에서 딱 1년만! 저자는 굳게 결심하고 가족들과 함께 신들이 노는 정원, 기무이민타에 발을 딛게 된다.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말처럼 일본 북쪽에 있는 산 속 마을은 눈도 많이 내리고, 자연도 깨끗하고,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다. 


다행히도 근처에서 직장을 구한 남편과 일본에서 꽤 유명한 작가인 자신의 경력 덕분에 에세이를 쓰면서 수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낡은 집도 대여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무사히 학교에 적응해간다. 의식주가 해결이 되니까 저자도 다소 걱정이 해소가 되었는지 글에서 여유롭고 평화로운 기분이 느껴졌다. 


도시에서 제대로 놀지 못했을 아이들도 전교생이 3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산촌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돈독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산촌까지 기어이 살러 들어온 사람들답게 이웃들도 다정하고 재밌고 여유가 있다. 청정 자연에서 직접 기른 소를 잡아 스테이크를 해먹기도 하고 +_+ 주위에서 먹을 수 있는 풀을 뜯어 바삭바삭 튀김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 또 아이들 덕분에 엄마이자 작가인 미야시타 나츠가 겪는 곤란한 상황들이 소소한 재미도 준다.



예능처럼 환상적이거나 드라마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소중한 행복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티비 속에서 연출 된 장면에 조금 이물감을 느꼈던 독자라면, 이 책에선 맑고 담백한 뭇국(!)을 먹는 것처럼 깔끔하고 따뜻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는 장면도 나왔는데 한국인으로서 뭔가  신기하고 흐믓했달까. 딱 1년만 살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작가의 가족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만 오히려 그런 끝이 있어서 더 좋았다. 과장도, 환상도 없이 마치 잠깐 소풍을 떠났던 것처럼 느껴져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정말 딱 일 년 만, 신들의 정원 속에 인간으로 잠깐 들어가 살면서 느꼈던 소소한 행복, 살짝 훔쳐본 신들의 여유 덕분에 책 속의 가족들도, 책을 읽는 나도 모두 따뜻하고 반짝반짝 했던 시간이었다. 효리네 민박에선 아이유랑 박보검이 책을 한 권 씩 읽는 장면이 나오던데! 다가오는 황금 연휴에 나들이라도 가게 된다면 이 책 한 권 챙겨가는 게 어떨까? 책을 읽는 그 곳이 아마 '신들이 노는 정원'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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