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상징권력 - 번역 개정판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62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김현경 옮김 / 나남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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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번역 덕분에 어려운 저서를 수월히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구판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어색했던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지인이 개정판을 가지고 있어 어색했던 부분들만 확인해보았다.

어색했던 부분은 총 세 곳이었는데 나는 불어를 못하기에 영어번역본을 참고하였다. 페이지수는 구판기준이다. 첫 번째 부분은 개정판에서 수정되었으나, 다른 두 부분은 개정판에서도 그대로여서 확인이 필요할 듯하다. 어디까지나 영어번역본을 참고한 것이므로 정확한 번역은 원문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p.158

그 대표적인 예가 나의 성찰의 출발인 선발시험이다. 선발시험은 최하위로 합격한 사람과 수석합격자 사이에 일생에 걸쳐 작용하는 엄청난 차이들을 만들어낸다.


[영어번역본] 

The paradigmatic example of this, and my starting point, is the competitive academic examination(concours): between the last person to pass and the first person to fail, the competitive examination creates differences of all or nothing that can last a lifetime.


-> 영어본과 비교해보면 시험에 통과한 가장 마지막 사람(the last person to pass)과 시험에 떨어진 가장 첫번째 사람(the first person to fail) 사이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번역본의 '수석합격자'는 '아쉽게 떨어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 부분은 개정판에서 수정된 것을 확인하였다.




p.283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또한 대상에 대한 직접적으로 경험된 관계에 따라,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비난과 찬양, 신비화되고 신비화하는 공모와 환원주의적 탈신비화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객관적으로 문제적인 것을, 다시 말해 지역과 지역주의가 걸려있는 투쟁의 장의 구조를 객관화하지 않고 수용하기 때문이며, 또 지역주의 운동의 방향를 이야기하거나 그 미래를 예측해줄 수 있는 잣대들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면서도, 그 운동의 방향의 결정 및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잣대들에 미치는 투쟁논리에 대해(그것은 지역적인가 국민적인가, 진보적인가 퇴행적인가, 우파냐 좌파냐 등) 묻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번역본]

But they may also swing, following their directly experienced relation to the object, between objectivism and subjectivism, blame and praise, mystified and mystificatory complicity and reductionist demystification, because they accept the objective problematic, in other words, the very structure of the field of struggle in which the region and regionalism are at stake, instead of objectifying it; because they enter into the debate on the criteria enabling one to state the meaning of the regionalist movement or to predict its future without asking themselves about the logic of a struggle which bears precisely on the determination of the meaning of the movement (is it regional or national, progressive or regressive, right-wing or left-wing, etc.) and on the criteria capable of determining this meaning. 


[부족한 나의 번역]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또한 대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험된 관계에 따르며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비난과 찬양, 신비화되고 신비화하는 공모와 환원주의적 탈신비화 사이에서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그 사회학자들이 객관적 문제계(the objective problematic)를, 다시 말해 지역과 지역주의가 걸려있는 투쟁의 장이 가진 바로 그 구조를, 그것을 객관화하는 대신에 그냥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는 그들이 바로 그 운동의 의미(그것은 지역적인가 국가적인가, 진보적인가 퇴행적인가, 우파냐 좌파냐 등)를 결정짓는 것과 관련된,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결정지을 수 있게 하는 기준과 관련된 투쟁의 논리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묻지 않으면서, 지역주의 운동의 의미를 이야기하거나 그 미래를 예측해줄 수 있는 기준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p.293

게임과 불확실성의 몫인 이 부분은 세계관의 복수성의 기초이기도 하다. 후자는 그 자체가 관점의 복수성과, 그리고 정당한 세계관을 생산하고 강요하려는 온갖 상징적 투쟁과 연결된다. 더 정확히 말해서 직접 볼 수 있는 속성들을 넘어서, 미래 또는 과거를 참조하여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를 생산하는, 충만(remplissement)의 인지전략과 연결된다. 이러한 참조는 후설이 미래지향(protention)과 과거지향(retention)이라고 부른 것, 즉 과거와 미래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는 전망과 회고의 실천형식 자체와 결합되면서, 암묵적이고 함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명시적일 수도 있다-현재의, 언제나 열려있는 의미를 결정하고, 한정하며, 규정하기 위해, 과거가, 현재의 필요에 맞춘 과거의 회고적인 재구성을 통해('라파예트여, 우리가 왔소'), 끊임없이 원용되며, 무엇보다 미래가, 창조적인 예견과 더불어, 끊임없이 소환되는 정치적 투쟁에서 그렇듯이.


[영어번역본]

This element of risk, of uncertainty, is what provides a basis for the plurality of world views, a plurality which is itself linked to the plurality of points of view, and to all the symbolic truggles for the production and imposition of the legitimate vision of the world and, more precisely, to all the cognitive strategies of fulfilment which produce the meaning of the objects of the social world by going beyond the directly visible attributes by reference to the future or the past. This reference may be implicit and tacit, through what Husserl calls protension and retention, practical forms of prospection or retrospection excluding the positioning of past and future as such; or it may be explicit, as in political struggles in which the past, with the retrospective reconstruction of a past adjusted to the needs of the present ('La Fayette, here we are!'), and especially the future, with the creative foresight associated with it, are continually invoked, in order to determine, delimit, and define the ever-open meaning of the present.


[부족한 나의 번역]

이러한 위험과 불확실성의 요소는 세계관들의 복수성을 위한 기초, 어떤 [부정형의]복수성을 제공한다. 이 [부정형의]복수성은 그 자체로 관점들의 복수성에 연결되고, 세계에 대한 정당한 관점을 생산하고 부과하려는 온갖 상징적 투쟁들과 연결되며, 더 정확히 말해서 직접적으로 가시적인 속성들을 넘어서, 미래 또는 과거를 참조하여 사회세계의 대상들의 의미를 생산하는 실현(fulfilment)의 인지전략에 연결된다. 이러한 [미래와 과거에 대한]참조는 흔히 말하는 그런 과거와 미래의 위치지우기를 배제한 채, 후설이 예지(protention)와 파지(retention)라고 부른 것, 즉 전망(prospection)이나 회고(retrospection)의 실천적 형식들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함축적이고 암묵적일 수 있다. 아니면 이러한 참조는 명시적일 수도 있다. 정치적인 투쟁에서 과거가 현재의 필요에 맞추어 회고적으로 재구성되면서('라파예트여, 우리가 왔소'),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가 이와 결합한 창조적인 예견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과거와 미래가 언제나 열려있는 현재의 의미를 결정하고, 한정하며, 규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환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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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백제인 2021-12-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후기는 번역본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입니다.

가시광선 2021-12-19 18:08   좋아요 0 | URL
과분한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는가 - 미디어 의식(Media Rituals)의 비판적 접근
닉 콜드리 지음, 김정희.김호은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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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촌스런 타이틀보단 차라리 책의 원제인 ‘미디어 의례‘가 더 적합했을 듯. 부르디외의 ‘상징권력‘개념을 통해 미디어를 독해하는 방식은 존 B. 톰슨보다 이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훌륭한 책임에 틀림없는데 번역이 엉터리라 영어본과 대조하며 읽다가 짜증이 밀려와 완독은 훗날을 기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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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레볼루션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할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마셜 밴 앨스타인 외 지음, 이현경 옮김 / 부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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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에 관한 한 현재로선 이만한 책이 없는 듯하다. 꼼꼼히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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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 경험이 철학이다 지혜의 씨앗 씨리즈 3
아네트 C. 바이어 지음, 김규태 옮김 / 지와사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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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성찰(meditations)‘을 ‘명상록‘으로 번역한 거 보면 역자분이 철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닌 듯한데 어찌 이 책을 번역하게 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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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란 무엇인가? 장치학을 위한 서론 에세이와 비평 1
조르조 아감벤.양창렬 지음 / 난장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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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가 쓴 ˝장치란 무엇인가˝도 같이 볼 것을 권함. 아감벤은 푸코의 장치를 일반화해 ‘생명체들을 포획하는 모든 것‘을 장치라 부른다고 하는데, 들뢰즈는 푸코의 장치 개념에 아감벤이 말하는 것과 같은 포획, 제어하는 지층화, 침전의 선뿐 아니라 창조성의 선, 도주선도 포함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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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광선 2022-07-0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감벤이 말하는 것처럼 장치 자체로부터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장치 안에서 도주선, 창조선을 찾아내는 것, 장치 안에서 전쟁기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