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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깊이 읽기
미사키 테츠 지음, 주재명 외 옮김 / 워크라이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드래곤볼》을 볼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물론 저자가 이를 '니체의 힘에의 의지'나 '명전자성의 논리', '자본의 확대재생산 운동' 등을 통해 썰을 풀어가는 부분들은 마치 저자 스스로가 <에바>에서 느끼는 것 그대로 어처구니 없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실존적인 고뇌나 매혹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없어도, 《드래곤볼》의 구조에 주목하며 읽으면 <건담>이나 <에바>에 뒤지지 않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에바>는 의미심장하다는 듯이 보여주는 요소가 너무 많고, 그야말로 수수께끼 풀이를 유발하는 식이라 거기에 놀아나는 게 어처구니 없게 느껴졌지만, 《드래곤볼》은 시원스럽고 평면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에바>의 복잡함은 작품 자체의 복잡함이라기보다 롱기누스의 창이나 세피로스의 나무 등 외부로부터의 인용이 실제 이상으로 작품을 복잡하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에바>에서 종교적으로 거드름 피우며 말하는 부분을 《드래곤볼》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신'이라고 말해버립니다. 만약 이 신에게 구체적으로 인용된 이름이 붙어 있거나, 피콜로 대마왕 역시 그렇게 장난친 이름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면, 독자는 그 지점에서 작품 외부의 세계를 읽어 들이며 좀 더 신비한 눈으로 《드래곤볼》을 대했겠지요. - p.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