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좀머 > 재즈피아노 독주음반의 기념비적 역작
[수입] Keith Jarrett - The Koln Concert
키스 자렛 (Keith Jarrett) 연주 / ECM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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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연주력을 생명으로 삼는 재즈라지만, 달랑 하나의 악기만으로 한 장의 음반을 내고 한 회의 공연을 채우는 배짱을 가진 음악인은 극소수다. 당연한 얘기지만 악기 수가 줄어들수록 연주자의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리 작곡된 것도 아닌 즉흥연주로 끌어가야 된다면 이는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타 쪽이라면 조 패스 정도가 있고 피아노라면 그 옛날의 아트 테이텀과 키스 자렛이 떠오르는데, 그 중에서도 키스 자렛은 전혀 미리 작곡된 부분이 없는 100% 즉흥연주로만 피아노 독주 공연을 해치워내는, 그런데 그 연주가 너무 훌륭해서 라이브 음반으로 내놓으니까 명반 대열에 들어가는 류의 인간이다.

이런 식으로 내놓은 대표적인 음반이 바로 본작과 [Solo Concerts]인데, 73년에 나온 더블음반인 후자나 75년에 나온 싱글음반인 본작이나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성과를 보인다.(한동안 이런 연주를 선보이지 않던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즉흥 솔로 공연을 재개하였다.) 딱히 재즈라고도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난해한 전위음악도 아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이 그저 그 자리에서 수십 분에 걸쳐 술술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상식으로 이해하려 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그저 듣고 감탄할 일이다. 반짝이는 여름날의 지중해처럼 명징한 감수성이 넘쳐흘렀던 70년대의 키스 자렛이 남겨놓은 최정점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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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교양-인간이 되기 위한 모든 것, 글쎄?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 옮김 / 들녘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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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교양이 넘치는 배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가령 '굿윌헌팅'이나 '파인딩 포레스터' 같은 혹은 내 마음대로 '패트런무비'라고 이름지은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들이 그것이다. 그들의 교양은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날카롭게 공격할 때 빛을 발한다. 가령 '굿윌헌팅'에서 '맷 데이먼'이 일류대 학생의 엘리트 역사의식을 공격하면서 하워드 진을 인용하는 것과 같은 대목이 즐겁다. 한마디로 내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양은 그런 것이다. 비판의식.

이것들은 소설로 치자면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교양(敎養)' 이란 말이지만 독일어로 빌둥은 '형성(혹은 성장)'이란 뜻이고, 영어는 'culture'로 경작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 유럽에서의 교양은 로마시대에 형성된 후마니타스(humanitas:인간성)의 이상을 다시 일으키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최초의 느낌은 유시민 선생이 너무나 멋진 추천사를 헌사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은 그만큼 멋진 헌사를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유시민이란 사람의 인격과 양식을 믿기 때문에 좀 회의적으로 고민을 해보았다. 아마도 그의 바램은 우리 사회에서 이만한 수준의 교양, 인문학적 소양이나마 갖춘 시민의식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나름의 극단적인 평가를 본다. 좋은 평가들은 말그대로 교양을 쌓기에 좋은 든든한 텍스트(교과서로서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구입한 나는 지금이라도 반품이 된다면 그러고 싶다. 그 첫번째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일관된 시각으로 쓰여지긴 했는데 그 시각이란 것이 별로 재미없는 역사선생의 평이한 지식 나열이란 것이다. 아마 독일의 평범한 역사선생 정도의 시각. 둘째 서구 중심의 교양인데 다가 동양적 교양이란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이 그 두 번째이다.

어려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책 중 하나는 백과사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삼촌들이 취직을 위해 사서 읽었던 '일반상식'이란 면접용 실용서였다. 이 책 '교양'은 그런 책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지식을 쌓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분들에겐 좋은 책이긴 하다. 그런데 책이란 저자 즉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나누는 무언의 대화가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함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냥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언론에서 좋게 평하고 있는 문학부분 등에서의 저자의 논평 부분에서 그나마 자신의 생각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진정한 교양'은 비판의식의 소산이다. 그렇다면 이 책 '교양'을 통해 간략하게 요약된 유럽사를 공부하느니 그 시간에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공부하는 편이 훨씬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마 비판의식이 새록새록해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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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매지 > 다이모. 이렇게 활용하자
다이모 라벨버디 (12813)
중국
절판


이것이 약 1년 반 전에 구입한 내 첫 다이모 버디군 !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하며,
양손으로 꽉꽉 누를 때의 그 그립감이란.

버디군이 얼마나 늠름한지 비교하려면
다이모 중에 가장 왜소한 모텍스 101 군과 비교해보면 된다.
다이모가 외국계 회사라면 모텍스는 국내 회사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나
다소 약해보이는 모습이랄까.
그래도 싸다 !
모텍스 101은 저렴한 가격 3천원에 모시고 있다.

그간 쟁겨놓은 다이모 테잎들.
지금은 이보다 좀 더 많긴한데
다시 사진을 찍자니 다이모함을 정리해야해서 -_ -;
귀찮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일단 이렇게 !
다이모테잎은 유광과 무광으로 나뉘는데 개인적으론 무광이 더 좋다.
올리브색과 같은 아주아주 귀한 색깔들은
이베이같은 데에서 구하시는 분들을 종종 봤지만,
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만 모았다.
특히나 금색 테잎은 사놓고 오래되서 쓰지도 못하는 ㅠ_ㅠ
(끈적거린다 ㅠ_ㅠ)

다이모 활용1.
이 포스트잇 함은 알바하던 회사에서 준건데,
무슨 회사 몇 주기 기념식 어쩌고 써있는 것.
사실 그런거 좀 보기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또각또각 열심히 찍어서 떡하니 붙였다.
그리고 흐뭇. 흐뭇.

다이모 활용 2.
슈퍼에가면 콜라겐 음료라고 있다.
(정확한 제품명은 까먹었다만, 석류맛, 사과맛, 또 뭐 하나 있는듯)
그걸 꼴깍꼴깍 마신 뒤에 깨끗이 병을 씻어내고,
다이모로 또각또각 붙여주면 간단한 연필꽂이로 탄생 !


다이모 활용 3.
가끔 대문에 자석으로 된 광고물이 붙어있곤 한다.
그 자석으로 된 광고물들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으니,
일단 또각또각 적당한 말을 다이모로 찍고 그 위에 붙인다.
그 뒤 칼로 쓱쓱 다이모에 맞게 잘라주면 변신 완료!
나같은 경우에는 화이트보드에 붙였는데,
냉장고에 붙여도 잘 붙어있을 듯.

다이모 활용 4.
다이모를 이용해 핸드폰 줄으로 만들 수도 있다.
대형문구점에 가면 칼라전선을 판매한다.
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데 이거 하나면 핸드폰 줄 수십개 만든다.
(단, 칼라전선은 사진에 있는 것처럼 붙어있는 것으로 구입해야함)
그 뒤 십자수가게로 달려가 악어이빨모양으로 된 걸 산다.
(정확한 명칭 모르겠다)
적당한 크기로 칼라전선을 잘라, 악어이빨로 물려준 뒤
핸드폰에 걸면 짜잔 완성.

이런 식으로 크리스마스 카드에
간단히 찍어서 보낼 수도 있고.
(물론, 애정이 담긴 편지는 필수 !)


이런 식으로 편지에 붙여서 보낼 수도 있다.
혹 군대간 애인을 둔 곰신이라면
자신의 주소를 적는 귀찮음을 줄일 수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2백통이 넘는 편지를 다 이짓(?)해서 보냈다.
나중엔 심지어 남자친구 관물함에 붙일 다이모까지 찍어서 보내준. -_-;

여기엔 없지만 다른 다이모 기종.
위에 버디 폰트와 달리 이건 좀 더 가늘고 길며 시원한 폰트.

휠만 바꿔끼면 이렇게 세로폰트도 가능해지는데,
가로폰트의 시원함과 달리
세로폰트는 오히려 버디처럼 귀여운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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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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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박식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웬만한 어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 에코가 동화책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을 선보였다. 어른들은 이 소식에 기가 막혔을 것이다. 에코라는 작가와 동화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떨까? 어린이들도 기가 막힐 것이다. 낯선 작가가 흥미로우면서 마음을 건드리는 멋진 동화를 세 개나 들려주기 때문이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은‘폭탄과 장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뉴 행성의 난쟁이들’등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있는데 어느 것 하나 평범치 않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역시 에코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전쟁과 이기주의, 환경오염 등을 절묘한 비유를 통해 완벽하게 동화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감탄할 수 있다. 신화와 SF만화가 합쳐진 것 같은 무궁무진한 상상력 속에 따스한 감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폭탄과 장군’은 수 많은 생명을 단번에 앗아가는 폭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폭탄과 장군으로 장군은 폭탄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벌려고 한다. 하지만 착한 폭탄은 그 사실을 괴로워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장군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 그러다가 폭탄은 우연히 해결책을 알아낸다. 폭탄이 터지게 만드는 원자들의 힘을 거꾸로해서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장군은 사람들을 윽박지르기 위해 폭탄을 쏘아댄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착한 폭탄은 미소를 짓게 되고 장군은 거지가 되어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이렇듯 ‘폭탄과 장군’은 연일 TV뉴스를 장식하는 전쟁을 비꼬는 동시에 돈과 명예에 연연하는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에코가 어린이들을 위해 쓴 글인 만큼 하나도 어렵지 않다. 은은한 웃음을 준다고 해야 할까? 폭탄이 착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터지지 않도록 만든다는 상상력 또한 기발하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들 나름대로 유쾌한 에코의 동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도 마찬가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미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 중국 사람이 함께 화성에 가게됐는데 그곳에서 괴물처럼 생긴 화성인을 만나 겪게되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동화다. 외모가 못생겼다고 해서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미워하지만 똑같이 사랑이라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동화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또 어떤가, 뉴 행성의 난쟁이들에게 지구인이 지구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며 여러 가지를 자랑하는데 난쟁이들은 이해를 못한다. 편하게 해준다는 자동차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살기 좋다는 도시는 쓰레기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구인이 자랑하려고 말하는 것들은 스스로 창피함을 줄 뿐이다.

그렇다면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지구를 비판하기 위한 동화일까? 아니다. 오히려 지구를 깨끗이 하고, 제대로 된 기술문명을 추구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다. 그러면서도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산책하는 것이 좋다는, 환경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에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에 실린 세 동화 중에 가장 똑똑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유쾌하고, 따뜻하며 또한 똑똑한 동화가 한데 모인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은 훌륭한 글 내용도 그렇거니와 에코가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성장해버린 어른들을 아쉽게 만든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렸던 시절엔 이런 동화책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은근한 질투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아! 에코가 동화를 써주다니, 어린이들은 좋겠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을 보며 클 수 있는 어린이들은 정말 행복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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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9월 내맘대로 좋은책


 
"내년 여름에도 꺼내들을 수 있는 음반!"
 
덥고 또 더웠던 8월이 지나가고... 이제 선선한 9월이 돌아왔다! 8월 내 귀를 거쳐간 200여장의 음반 중 내년 여름까지 나의 라이브러리에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음반 5장을 꼽아보았다. 
 

 
1. Depapepe - Let's Go : 두 젊은 친구가 들려주는 감각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시원하고 열정적이며 감각적이고 짜릿하다! 콘서트 하면 만사 제치고 달려갈 아티스트에 또 한 팀 늘었다!
 
2. SINGER SONGER - ばらいろポップ (장미빛 팝) : 이 앨범은 발매가 며칠만 늦었으면 아마존 재팬으로 가서 구입할 뻔 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 음반! 이 좋은 앨범이 왜 이리 안팔리는지...
 
3. Rachael Yamagata - Happenstance :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면 껌뻑 죽는 나를 위한 앨범. 지금 알아두면 분명,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아티스트, 평생 함께 할 앨범이 되리라 확신한다.
 
4. Martin Stadtfeld - Bach : Goldberg Variations : 골드베르크 하면 다들 굴드나, 앙타이, 혹은 쉬프를 떠올린다. 속는 셈치고 한 번 들어보는게 어떨까. 클래식 음악은 이런 아티스트 덕에 발전하는 것이고 사랑받는 것이다.
 
5. Crazy Frog - Crazy Hits : 우하하하! 우울할 때, 청소할 때, 심심할 때, 답답할 때 언제든 꺼내 들으라! 2005년 최고의 댄스 앨범!! ㅎㅎ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지음 / 스튜디오 본프리
 
& ...8월 최고로 재밌었던 책 하나. 이 정도면, 망상도 존경할 만하다! 기가 막힐 정도의 치밀함과 황당함 내기를 하는 듯한 어이없는 생각들이 모여 이루어낸 가장 감동적인 결과물. 진심으로,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를 존경한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8월, 알라딘엔 스밀라 열풍"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아래의 글을 여기에 꼭 가져오고 싶었다. 묵묵히 짐을 싸들고 끊임없이 방을 옮기는 사람들의 행렬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창을 다 열어 놓은 채 시끄럽고 들뜬 여름 밤을 지낸 8월, 고독에 대한 스밀라 식의 존중이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 모른다. (덧붙여, 무한을 스밀라식으로 배웠다면 나는 지금쯤 숫자로 시를 쓰고 있을지도 -,-)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내게 있어 은혜의 불빛이다. 나는 내 방문을 닫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칸토르(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일생을 보낸 수학자)는 학생들에게 무한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무한한 수의 객실을 가진 호텔 주인 한 사람이 있고, 이 호텔 객실에는 손님이 모두 들어차 있다. 거기에 손님 한 명이 더 도착한다. 그래서 호텔 주인은 1호실에 있는 손님을 2호실로 옮겨준다. 2호실에 있던 손님은 3호실로 옮긴다. 3호실 손님은 4호실로.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1호실은 새로 온 손님을 위해서 비워진다.
 
이 이야기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점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손님들과 주인 모두가, 한 손님이 자기 방에서 평화와 고요를 얻을 수 있도록 무한한 수의 작업을 지극히 당연하게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독에 대한 커다란 존중의 표시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p. 22에서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그리고 <쾌도난마 한국경제>. 제목 그대로 시원시원하게 한국 경제의 오늘을 꼬집는다. 개념으로 알고 있는 것 - 이를테면 신자유주의나 주주 자본주의, 경제 민주화 -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에 200% 공감. '재벌을 타도한다고 노동 시장 유연화가 극복되고 신자유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건가?' 또는 '소액주주운동이 경제 민주화를 이끄는가' 등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모험이라면 역시 사남매!"
 
8월에는 재미있는 책들을 나름 많이 읽어서 이 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예전에 이렇게 썼더니 몇 권을 읽었냐고 묻는 분들이 꽤 여럿 계셨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 본인은 기록 습관 같은 것은 애초에 없을 뿐더러 가끔씩 내 정신이 네 정신인 사람이다 -_-;;)
 

 
<그 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프란시스코의 나비>, <너는 쓸모가 없어>, 세 권의 청소년 소설은 모두 아픈 상황을 최대한 건조하게 그리고 있는 점이 좋았다. 특히 앞의 두 권, 그 내용은 때로 그만 읽고 싶을만큼 참혹했지만 작가가 너무 담담해서 나도 담담하려 애쓰며 결국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성장한다고 할 때의 '책'은 이런 책을 일컫는 말일 게다.
 
외출
김형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그리고 <외출>을 읽었다. 과거와 현재를 여러 번 오가며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사랑이란 역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찰나로 끝나는 열정도, 긴 세월을 조용히 지켜봐주는 묵묵함도, 사랑은 모두, 너무, 참, 좋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영화관에는 가지 않기로 한다.
 
제비호와 아마존호
아서 랜섬 지음,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제비호와 아마존호>야말로 8월에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는데 무어라 찬찬히 소개를 쓸 시간도 없어 그저 '가슴 벅차도록 재미있다'고 써 두었다. 진심이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도 그렇듯 모험에는 역시 사남매가 제격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아이가 넷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또한 진심이다.
 

 
아, 8월에는 친애하는 동료 S씨가 지름신으로 몸소 강림하사, 재미있는 만화책을 백만 권쯤 추천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꽃이 있는 정원><그와 달>이 매우 재미있었으며, 복간본 <후쿠야당 딸들>도 고이 모아가고 있음을 말씀드리는 바이다.
 
어린이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그의 열정에 매료되어"
 
iCon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 / 민음사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스티브 잡스의 열정으로 가득찬 삶을 읽고 나서, 그리고 그의 모습에 매료되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 그가 품었던 '열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십대에 이미 백만장자에 오르는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회사에서 쫓겨나 끝도 없이 추락하고, 다시 화려하게 재기하지만 암이라는 아찔한 선고를 받기도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 고비마다 선택의 순간마다 그를 일으키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건 자신의 감각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꼭 이뤄내야겠다는 '신념'입니다.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그와 성공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전에는 단순히 '대단한 천재'로만 알고 있었던 스티브 잡스. 천재를 넘어 인간으로 바라본 그는 부족하고 서툴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또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그런 책입니다.
 
* 스탠퍼드 졸업식에서 그가 했던 연설문을 함께 적어봅니다.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
그가 살아온 삶을 이보다 잘 표현해주는 말은 없는 것 같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여름이여. 장르여."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 행복한책읽기
 
아, 책이 너무 좋을 땐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좋은지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지 막막하다. <영웅문>을 모르는 친구에게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다가 말을 더듬는 것도, 를 읽어보라고 하긴 해야겠는데 얼굴만 벌개지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바람의 열두 방향>이 SF 독서의 마지막이었는데, 이 책이 또다시 장르에의 애정에 기름통을 부었다. 케이트 윌헬름이 어슐리 K. 르 귄과 더불어 SF의 여성시대인 70년대를 풍미했다는 사실도, 테드 창이 그녀를 사사했다는 점도, 심지어 이 책에 주어진 온갖 수상 딱지와 찬사도, 이 책 그 자체보다 훌륭하지는 않다.
 
원폭, 불임으로 예견되는 인류의 종말, 클론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사람'에 고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3편의 중편이 합쳐진 소설의 연결고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그녀는 속삭인다. 과학도, 사회도,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시적인 묘사가 가득한 짤막한 에필로그를 읽는다면, 이 책이 왜 SF 소설 중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위기의 주부들 & 나는 스밀라에게 반하지 않았다"
 
아웃
키리노 나츠오 지음, 홍영의 옮김 / 다리미디어
 
지난 여름엔 문자 그대로 미친듯이 추리소설이 쏟아졌다. 제아무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제발 이제 그만 좀 나와! 라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그러나 정말 많은 신간 추리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6년 전에 출간된 <아웃>이다.
 
이 책은 1998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으로 2004년 미국 에드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 짜임새를 잃지 않고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내러티브를 지닌, 흡입력 100%의 추리소설. 한 권, 한 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를 읽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네 여자가 있다. 구조조정으로 오래 다닌 직장에서 해고된 후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마사코, 없는 형편에도 빚을 내어 과소비를 하는 탐욕스러운 성정의 쿠니코, 자리보전한 시어머니와 딸, 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고달픈 과부 요시에, 도박과 술집 여자에 미쳐 불성실해진 남편 때문에 고민이 많은 야요이. 네 여자 모두 각자 힘겨운 삶을 견디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더이상 남편을 참아내지 못하게 된 야요이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그녀는 늘 침착해 보이는 마사코에게 도움을 청하고, 마사코는 그녀를 돕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살인을 완벽하게 은폐하고 한 남자의 시체를 처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요시에와 쿠니코마저 이 일에 말려들고,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던 네 여자는 잔혹하고 위험한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살인 전과가 있는 도박과 매춘업자가 살인자로 몰리는 가운데,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하고 뒷처리하는 과정이 손에 잡힐듯 리얼하게 그려진다. (상당히 자세히 묘사되므로 비위가 약한 사람은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얼핏 쉽게 덮고 넘어갈듯 보이던 사건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복잡하게 뒤엉키고,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 또한 커다란 내적 변화를 맞는다.
 
얼핏 평온해보이는 일상 바로 곁에 폭력과 죽음의 세계가 놓여있다.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지만 필요에 따라 한없이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다. 때때로 차마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닥쳐온다. 가족의 무관심과 몰이해에 계속해서 상처입고 무릎이 꺾인다. 복잡한 세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건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라고 말해야 하는 게 문학-예술이 아닐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끔찍한 시간을 견뎌낸 후에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면 새로운 문을 찾아서 열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든, 망각을 선택하든...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 결국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명제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소년이 죽었다. 그러나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얼음과 눈, 숫자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스밀라 외에는. "나는 영웅이 아니다. 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아이의 죽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 손에 내 집념을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이웃에 사는 한 소년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스밀라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을 읽는 건 스밀라,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위이다. 아니다. 곁에 서서 그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이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전체가 통채로 '스밀라'다.
 
스밀라는 정말 특별한 여자다. 그린란드인과 덴마크인의 혼혈인 그녀는 이전 어느 소설의 캐릭터보다도 독특하고 냉정하며 (자신에게조차) 탱크 같은 행동력을 지녔다. 동시에 놀랄만큼 다정하고 다분히 감상적이며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에 익숙하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않는 그런 사람이다.
 
중간에 읽기를 여러 번 멈추고 책 귀퉁이를 여러 번 접으며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인간과 사물, 세계와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사유와 성찰과. 스밀라의 뒤에 바짝 붙어선 채, 차갑고 먼 북구의 바다를 헤매는 자신을 발견한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생존해나갈 방법 찾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 스밀라에게 생존의 이유는 바로 '이해'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해의 소설'이다. '이해하고 싶다는 것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고자 하는 시도다.' 스밀라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희망' 때문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라 표현되는 무엇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인간에 대한 고요하고 깊은 이해와 성찰이 담긴, 진심으로 일독을 권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199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소설가 김연수의 진심이 담긴 추천글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글의 마지막 문단을 내 식으로 바꾼다면, 마지막 장면 속으로 잠시 들어가 그녀의 뺨에 가만히 손을 대고 '삶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간절하게.)
 
문학.예술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고양이 - 라고 쓰는데 이십분이 걸리는 세계"
 
이집트 상형문자 - 읽기와 쓰기
스테판 로시니 지음, 정재곤 옮김 / 궁리
 
이번 달에는, 쐐기처럼 생긴 수메르의 설형문자를 들여다볼 일이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점자책이 눈앞에 등장해 생전 처음으로 만져(아니 읽어?)보았다. 그리고 뜬금없이 이집트 상형문자 책이 등장했으니, 모두가 뭔가의 계시일까?
 
...싶은 심정으로 심심할 때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썼(아니 그렸?)으니,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고양이(발음은 미우)를 표현하려면 동그란 항아리 하나 + 새끼 (왜 꼭 새끼?) 메추라기 한 마리 + 그리고 이집트산답게 털이 짧은 고양이 한 마리까지 나란히 그려야 한다.
 
...무슨 고생이냐. 그러나 썩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몰라도 마음에 들었다. (실은 이집트 상형문자에 대한 책이 올해만 몇권 나왔다. 이상하다.) 남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수고하는 것이 실은 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말들은 짧지만, 그리고 그 사람이 눈앞에 있어도, 심장을 손에 얹어 내밀듯이 백년쯤 궁리하여 내뱉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느낀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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