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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베스트셀러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박식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웬만한 어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 에코가 동화책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을 선보였다. 어른들은 이 소식에 기가 막혔을 것이다. 에코라는 작가와 동화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어떨까? 어린이들도 기가 막힐 것이다. 낯선 작가가 흥미로우면서 마음을 건드리는 멋진 동화를 세 개나 들려주기 때문이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은‘폭탄과 장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뉴 행성의 난쟁이들’등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있는데 어느 것 하나 평범치 않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역시 에코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전쟁과 이기주의, 환경오염 등을 절묘한 비유를 통해 완벽하게 동화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테다. 그럼에도 감탄할 수 있다. 신화와 SF만화가 합쳐진 것 같은 무궁무진한 상상력 속에 따스한 감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폭탄과 장군’은 수 많은 생명을 단번에 앗아가는 폭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폭탄과 장군으로 장군은 폭탄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벌려고 한다. 하지만 착한 폭탄은 그 사실을 괴로워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장군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 그러다가 폭탄은 우연히 해결책을 알아낸다. 폭탄이 터지게 만드는 원자들의 힘을 거꾸로해서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장군은 사람들을 윽박지르기 위해 폭탄을 쏘아댄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 그래서 착한 폭탄은 미소를 짓게 되고 장군은 거지가 되어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이렇듯 ‘폭탄과 장군’은 연일 TV뉴스를 장식하는 전쟁을 비꼬는 동시에 돈과 명예에 연연하는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에코가 어린이들을 위해 쓴 글인 만큼 하나도 어렵지 않다. 은은한 웃음을 준다고 해야 할까? 폭탄이 착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터지지 않도록 만든다는 상상력 또한 기발하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들 나름대로 유쾌한 에코의 동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도 마찬가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미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 중국 사람이 함께 화성에 가게됐는데 그곳에서 괴물처럼 생긴 화성인을 만나 겪게되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동화다. 외모가 못생겼다고 해서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를 미워하지만 똑같이 사랑이라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동화는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또 어떤가, 뉴 행성의 난쟁이들에게 지구인이 지구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며 여러 가지를 자랑하는데 난쟁이들은 이해를 못한다. 편하게 해준다는 자동차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살기 좋다는 도시는 쓰레기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구인이 자랑하려고 말하는 것들은 스스로 창피함을 줄 뿐이다.
그렇다면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지구를 비판하기 위한 동화일까? 아니다. 오히려 지구를 깨끗이 하고, 제대로 된 기술문명을 추구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다. 그러면서도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산책하는 것이 좋다는, 환경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에 '뉴 행성의 난쟁이들'은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에 실린 세 동화 중에 가장 똑똑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유쾌하고, 따뜻하며 또한 똑똑한 동화가 한데 모인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은 훌륭한 글 내용도 그렇거니와 에코가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성장해버린 어른들을 아쉽게 만든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렸던 시절엔 이런 동화책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어이없게도 은근한 질투심까지 느껴질 정도다.
아! 에코가 동화를 써주다니, 어린이들은 좋겠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을 보며 클 수 있는 어린이들은 정말 행복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