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교양-인간이 되기 위한 모든 것, 글쎄?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 옮김 / 들녘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영화를 보다보면 교양이 넘치는 배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가령 '굿윌헌팅'이나 '파인딩 포레스터' 같은 혹은 내 마음대로 '패트런무비'라고 이름지은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들이 그것이다. 그들의 교양은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날카롭게 공격할 때 빛을 발한다. 가령 '굿윌헌팅'에서 '맷 데이먼'이 일류대 학생의 엘리트 역사의식을 공격하면서 하워드 진을 인용하는 것과 같은 대목이 즐겁다. 한마디로 내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교양은 그런 것이다. 비판의식.

이것들은 소설로 치자면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교양(敎養)' 이란 말이지만 독일어로 빌둥은 '형성(혹은 성장)'이란 뜻이고, 영어는 'culture'로 경작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 유럽에서의 교양은 로마시대에 형성된 후마니타스(humanitas:인간성)의 이상을 다시 일으키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최초의 느낌은 유시민 선생이 너무나 멋진 추천사를 헌사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은 그만큼 멋진 헌사를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유시민이란 사람의 인격과 양식을 믿기 때문에 좀 회의적으로 고민을 해보았다. 아마도 그의 바램은 우리 사회에서 이만한 수준의 교양, 인문학적 소양이나마 갖춘 시민의식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나름의 극단적인 평가를 본다. 좋은 평가들은 말그대로 교양을 쌓기에 좋은 든든한 텍스트(교과서로서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구입한 나는 지금이라도 반품이 된다면 그러고 싶다. 그 첫번째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일관된 시각으로 쓰여지긴 했는데 그 시각이란 것이 별로 재미없는 역사선생의 평이한 지식 나열이란 것이다. 아마 독일의 평범한 역사선생 정도의 시각. 둘째 서구 중심의 교양인데 다가 동양적 교양이란 것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이 그 두 번째이다.

어려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책 중 하나는 백과사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삼촌들이 취직을 위해 사서 읽었던 '일반상식'이란 면접용 실용서였다. 이 책 '교양'은 그런 책이다.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지식을 쌓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분들에겐 좋은 책이긴 하다. 그런데 책이란 저자 즉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나누는 무언의 대화가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함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냥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언론에서 좋게 평하고 있는 문학부분 등에서의 저자의 논평 부분에서 그나마 자신의 생각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진정한 교양'은 비판의식의 소산이다. 그렇다면 이 책 '교양'을 통해 간략하게 요약된 유럽사를 공부하느니 그 시간에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공부하는 편이 훨씬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마 비판의식이 새록새록해질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