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좀머 > 재즈피아노 독주음반의 기념비적 역작
-
-
[수입] Keith Jarrett - The Koln Concert
키스 자렛 (Keith Jarrett) 연주 / ECM / 2000년 4월
평점 :
제아무리 연주력을 생명으로 삼는 재즈라지만, 달랑 하나의 악기만으로 한 장의 음반을 내고 한 회의 공연을 채우는 배짱을 가진 음악인은 극소수다. 당연한 얘기지만 악기 수가 줄어들수록 연주자의 부담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리 작곡된 것도 아닌 즉흥연주로 끌어가야 된다면 이는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타 쪽이라면 조 패스 정도가 있고 피아노라면 그 옛날의 아트 테이텀과 키스 자렛이 떠오르는데, 그 중에서도 키스 자렛은 전혀 미리 작곡된 부분이 없는 100% 즉흥연주로만 피아노 독주 공연을 해치워내는, 그런데 그 연주가 너무 훌륭해서 라이브 음반으로 내놓으니까 명반 대열에 들어가는 류의 인간이다.
이런 식으로 내놓은 대표적인 음반이 바로 본작과 [Solo Concerts]인데, 73년에 나온 더블음반인 후자나 75년에 나온 싱글음반인 본작이나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성과를 보인다.(한동안 이런 연주를 선보이지 않던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즉흥 솔로 공연을 재개하였다.) 딱히 재즈라고도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난해한 전위음악도 아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이 그저 그 자리에서 수십 분에 걸쳐 술술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상식으로 이해하려 해봤자 머리만 아프다. 그저 듣고 감탄할 일이다. 반짝이는 여름날의 지중해처럼 명징한 감수성이 넘쳐흘렀던 70년대의 키스 자렛이 남겨놓은 최정점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