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손잡이 달팽이 ㅣ 라임 주니어 스쿨 12
마리아 포포바 지음, 핑 주 그림, 김선영 옮김 / 라임 / 2021년 11월
평점 :

저자 마리아 포포바
작가이자 문화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예술, 과학, 철학, 창의성, 진실, 아름다움 등에 대한 글을 씁니다.
실화에 기반한 그림책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던 <왼손잡이 달팽이>. 달팽이가 손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왼손잡이라는 제목이 붙여진걸까? 책을 읽다보면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레 해소된다.
어느 가을날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은퇴한 학자 할아버지에게 발견된 달팽이 하나, 달팽이는 여느 달팽이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고 있었기에 조금 특별하다. 게다가 껍데기의 나선이 여느 달팽이처럼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책의 제목은 이것에서 비롯되었다.)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달팽이를 연구해 온 과학자인 앵거스 교수에게 달팽이를 보내고, 앵거스 교수는 달팽이에게 '제레미'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달팽이는 한 몸에 암컷과 수컷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런 생물을 '자웅동체'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달패이는 혼자서도 알을 낳을 수 있다. 제레미는 껍데기의 방향 뿐만 아니라 몸통 안도 여느 달팽이와는 반대로 되어 있는데, 이를 '좌우바뀜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몸속 내장 기관의 좌우 자리가 바뀌었다는 뜻인데, 간혹 사람들 중에도 장기의 위치가 바껴 좌우바뀜증을 가진 이들이 있단다.
신기한 달팽이의 세계. 자연관찰책에서 무심결에 봤던 달팽이를 검색까지 하게 만드는 그림책의 경이로움이란.
여러가지 특성을 지니는 걸 '다양성'이라고 해요.
다양성은 세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답니다.
공동체를 더 강하게 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쉽게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달팽이들도 짝과 함께 아기 만드는 걸 더 좋아해요.
희귀한 열성 유전자에 의해 태어난 달팽이 제레미, 돌연변이의 탄생도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제레미의 삶은,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고, 또 좌우바뀜증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도 알게 한다. 제레미를 비롯해 좌우바뀜증이 있는 사람은 이상한게 아니라 여러 생물 중 다양성을 가진 개체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돌연변이 달팽이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