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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지음, 이나래 옮김 / 현암사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문 철학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 만나게 되는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헤겔, 플라톤 등의 철학자들을 보면서 한번씩 가지게 되는 궁금증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만 해도 저서 '중용'을 비롯하여 여러 철학적 개념과 사유, 학술적 핵심 개념을 정립한 업적으로도 대단한데, 그의 이름은 철학 이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논리학, 자연학, 문예 비평과 같은 곳에서도 독창적인 학적 위업을 남겼던 것이다. 피타고라스의 경우에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는 수학 공식으로 알게된 수학자인데 종종 철학을 다룬 글에서 출연하는 것을 보며 철학자라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 자연학, 논리학이라니. '어떠한 학문이든 하나만 아는 것도 어려운데 이 어려운 것들을 서너개씩 해내다니. 그들은 천재였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저자인 나심 엘 카블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이라는 책에서 철학자들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니 흥미가 생겼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은 말 그대로 수 십명의 철학자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에서는 철학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지만 신중하게 펼치는 행위로 정의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일과는 달리 철학은 정해진 시간과 체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성찰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과정인데, 철학자들도 생계를 위해서는 경제 활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자들이 가졌던 직업이 단순히 생계를 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업은 그 자체로도 철학적인 차원에 속한다고 말한다. 철학자들이 철학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학문과 관련된 일을 넘어서서 해부학자, 사업가, 정비공, 화폐 제작자와 같은 금세 떠오르지도 않는 일을 했던 그들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철학이란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들에게 직업의 의미는 경제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유하는 힘을 길러주고 타인과 자신 나아가서 사람을 이해하는데 영감을 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철학까진 아니어도 직업을 가지면서 얻게 되는 경험과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진다. 여러 종류의 직업을 가진 철학자들이 있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철학적 고민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