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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 출간 소개를 보면서 <모조품 남매>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모조품? 모조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물건을 본떠서 만든 물건 혹은 가짜'이다. 남매가 가짜인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해가 간다. 책의 첫 장면은 열한 살 터울의 남매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빠 요이치와 동생 유카리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남매이다. 요이치의 어머니 유카리와 아버지가 재혼하여 가족이 되었지만 이들의 부모는 오년 전, 눈이 오는 날 대형마트에 갔다가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자동차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둘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요이치는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중학교 3학년 유카리는 하교 후에 장을 봐와서 오빠와 함께 먹을 저녁을 준비한다. 이른 봄의 어느 오후, 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 침입자가 나타난다. 젖소처럼 검은색과 하얀색 털이 있고, '하치와레'라고 불리는 고양이다. 오빠와 단둘이 생활한 이후, 학교에서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유카리에게 고양이의 존재는 점점 크게 다가온다.
'도대체 얘는 어디서 왔을까?'
어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데 길을 잃어 돌아갈 수 없게 된 걸까? 아니면 그다지 좋은 주인이 아니어서 도망친 고양이일까? 어쨌든 이제 이 고양이를 타인이라고, 아니 다른 사람의 고양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살래?"
......
이 아이는 분명 우리에게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심부름꾼일 거야. 그래서 우리 집 마당에 나타난 거야. 유카리에게 묻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밸러스한 앞머리에 살짝 얼빠진 점도 아이다 가문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는 분명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잘해나갈 수 있다.
p.30 중에서.
매일 아이다 가문을 찾던 고양이는 '다네다 씨'라는 이름으로 이 집의 거주자가 된다. '다네다 씨'와 함께하는 이들 남매의 이야기가 계속되는데...... <모조품 남매>는 일본 특유의 느낌인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이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또 인물의 성격이나 작품의 내용도 반전 가득한 자극적인 내용이나 스릴 넘친다기보다는 고양이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중3 소녀의 내면과 감성 그리고 스물 다섯 오빠와의 찐한 남매애가 잘 표현된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일본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고양이', '순수', '사랑' 등의 내가 좋아하는 단어로 가득한 이야기였다.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할까. 더구나 '다네다 씨'의 모습이 나른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동거하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동물 특유의 제스처와 표정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았다. 또한 <모조품 남매>를 통해 피로 맺어진 가족만이 진정한 가족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으며 진짜 가족의 의미를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