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소개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만나 본 유홍준 작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신간 소개 코너에서 책을 본 순간, 표지 한 켠에 적힌 '잡문집'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어졌다. 유명 작가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책장을 펼쳐든 것이 이 책 읽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유홍준 작가는 자신을 '글쟁이'라 표현한다. <인생만사 답사기>는 작가의 '스승과 벗'에 관한 이야기, 세상만사가 다 들어있고, 인생사가 녹아있는 '잡문과 잡저', 부모님께 보낸 '봉함 엽서', 대학 학기말 고사 때 쓴 '시험 답안지' 등 말 그대로 작가의 잡문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인생만사에서 '고별연: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라는 글이 인상 깊다. 담배를 피고, 끊기를 반복하면서 했던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0년 전 경험에 의하건대 금연은 매정하개 결별하는 의지밖에 없다. 금연 뒤에 찾아올 기쁨을 기대하며 끊어야 한다. 이제는 아침마다 칵칵거리지 않게 되고 양치질 할 때 나오는 조갯살만 한 가래도 없어질 것이다. 방에선 곰팡내가 사라질 것이고, 얼굴엔 살이 뽀송하게 오르며 피부도 맑아질 것이다. 이렇게 한껏 자위해보지만 여전히 담배를 미워할 뜻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인생의 벗이 되어주었던 것에 깊이 감사하며 강제로 이혼당한 기분이 든다. 나는 고별연 연기를 뿜으면서 사무치는 아쉬움 속에 이별을 고했다.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본 적 없지만 나의 커피 사랑을 대입 해보니 작가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 정조대왕이 어느 신하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하는데, 편지에 연차 두 봉지를 보낸 물목이 실려 있다. 그 '연차'는 오늘날의 담배이며 이를 신하를 대하는 정조의 따뜻한 마음으로 해석하는 작가의 마음도 재미있고, 공감도 간다. (그러나 나는 담배 냄새가 너무 싫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바로 이어 실려있는 '잡초공적비'라는 글은 잡초라는 이름과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잡초란 생물학적 용어가 아니며 인간에 의해 재배된 것이 아닌 저절로 번식하는 잡다한 풀을 말하는데, 농사를 방해하면 잡초라고 불린다. 철저하게 인간 중심에 의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잡초는 땅의 표토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설명과 함께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를 소개하고, 지난 여름 잡초 예찬론자인 김정헌 화백과 '잡초 공적비'를 보러간 일화들을 전한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고 있자니 작가가 살아온 그동안의 삶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대하는 그의 마음은 상당히 공감되기도 하고 그가 머물렀던 장소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 시간 글을 쓰고, 들여다 보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면서 부지런히 살아온 그의 삶이 이 책 속에도 녹아있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작가가 궁금하고, 그의 글이 궁금한 독자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