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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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본 순간, 예전에 들렀던 맛집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더랬다. 우연히 들처음 책 제목을 본 순간, 예전에 들렀던 맛집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더랬다. 우연히 들렀다가 먹게 된 고등어 구이가 맛있어서 언젠가는 또 오고 싶은 마음에 기억하고 있던 식당이었는데, 그 곳과 똑같은 이름이 새로 출간된 책 소개에 있어서 호기심에 살펴본 것이 계기가 되어 읽어보게 된 소설이다.

 

이야기는 천주교 박해로 인해 충청도 천안시 성거산에 숨어살던 사람들이 모인 마을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초향의 집에는 갈옷처럼 풋감에 물든 삼베옷을 입은 키가 크고 삐쩍 마른 남자 아이가 나타난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을 맴돌던 아이는 같이 밥 먹자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내어 다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그 날 이후로 두 마리 염장 고등어를 들고 다시 이들 모녀 앞에 나타난다. 자신의 이름을 성원이라 밝힌 아이는 내포 일대 오일장을 도는 등짐장수의 아들이며 아비가 마을에 정기적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성원은 여러 날을 초향의 집에 들렀고, 당백전이 들어있는 작은 색동주머니를 놓고 가 초향의 가족들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나를 정말 좋아하면 예수쟁이가 돼야 한다! 우린 그것밖엔 없다!"

우린 그로 말미암아 만날 수 있다. 간잡이의 아들과 산골 옹기 장이의 딸도 그분 앞에는 빈부와 귀천의 구분이 없다. 이 말은 참말이다. 사람은 이 정신으로 하얀 민들레처럼 살 수 있다. 나는 너와 민들레처럼 정처 없는 삶도 괜찮다. 살림은 그것 외엔 다 족하다. 그렇게 나는 굳게 서서 단 하나의 조건 외엔 그를 사랑하겠다 전했다.

"예수...쟁...이"

p.26 중에서.

 

성원이 세례 받는 날 초향과의 약혼식도 겸했으며 이들은 다가올 3월에 결혼을 약속한다. 2월, 초향은 위중해진 엄마에게 도움이 될까싶어 고로쇠 나무를 찾아 수액을 받던 도중에 수 많은 관군들이 산을 오르는 장면을 목격한다. 병인박해 시기 수백 명이 체포되어 가혹한 문초와 함께 배교를 강요당했는데 초향의 부모 역시 그녀에게 마지막을 고하고, 신앙을 보듬으라는 말을 남긴채 처형 당한다. 초향은 원이를 찾아 경북 청송으로 떠나오는데......

 

이후, 소설은 초향의 딸 송이 그리고 송이의 딸 유화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려 삼 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와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까지의 폭넓은 사건들을 담고 있다. 반복되는 전쟁과 피란으로 파란만장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산으로 간 고등어>는 처음에도 밝혔듯이 아는 식당과 이름이 같다는 단순한 이유로 펼쳐든 책인데, 막상 읽고 보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읽을수록 소설 속 인물의 상황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고달프면서도 처연한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모습이 애처롭고, 가슴 아팠다. 또한 소설에서는 병인박해를 비롯한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아픔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잔혹한 상황들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누군가를 박해하고, 전쟁을 이용하여 서로를 억압하며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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