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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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카 토마의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애거서 크리스티상 공모작으로 심사위원 전원에게 만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소련이 벌인 독소전쟁(1941~1945)을 배경으로 한다. 열여섯 살 소녀 세라피마는 가족처럼 친근한 사람들로 가득한 이바노프스카야 마을에서 나고 자란다. 영원할 것 같은 마을의 평화는 독일군의 급습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깨져버린다. 마흔 명 남짓한 마을 사람들과 엄마를 잃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 세라피마도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저격병 출신의 붉은 군대 지휘관 이리나에게 구출된다. 하지만 아군이라 생각했던 이리나는 이 전쟁은 결국 싸우는 자와 죽는 자뿐이라며 죽은 엄마를 패배자라 여기고, 세라피마가 보는 앞에서 그 시신을 불태워버린다.

 

엄마의 시신이 화염에 휩싸였다. 불에 타들어가는 엄마가 아무런 미동도 없는 게 너무도 공포스러웠다. 우리집이, 엄마의 시신과 함께 불에 탄다.

p.48 중에서.

 

세라피마는 이리나의 제자가 되어 저격병이 되기로 결심하며 언젠가 독일 병사를 죽이고, 자신과 엄마의 시신을 모욕한 이리나도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녀는 여성저격병 학교에서 자신처럼 독일군에게 가족을 잃은 소녀 동지를 만나 함께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그동안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저격대를 이뤄 소련 병사의 평균 생존 시간이 24시간과 불과하다는 격전지 '스탈린그라드'로 향하는데......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전쟁의 참혹함과 비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전쟁 소식을 들을 때면 그 잔인함에 깜짝 놀라곤하는데, 이를 직접 경험한 이들은 살아남더라도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나 6.25전쟁을 다룬 소설이 많은데, 전쟁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설 속 인물인 이리나가 외쳤던 말처럼 전쟁 중에는 싸우는 자와 죽는 자로만 나뉘는게 맞는 듯하다. 전쟁터에서는 내가 살려면 적을 죽여야만 하고, 죽이기 위해서는 인간성을 상실한채 극도로 잔인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현장이 되고야 만다. 세라피마가 엄마의 원수를 갚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은 처지의 여성 저격병들과 연대를 이뤄내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또 전쟁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 확실히 깨닫게 되는 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게 될 세상에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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