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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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안전가옥 쇼트시리즈. 스무 번째 책을 만났다. <안진: 세 번의 봄>에서는 <깊은 밤들>, <비망>, <산책> 등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다 모녀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깊은 밤들>은 아홉 살인 정민이가 외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보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정민이는 엄마, 아빠의 싸움에 불씨이기도 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끼느라 허투로 쓰지않던 소중한 반짝이 풀을 꺼내어 정성스럽게 크리스마스카드를 꾸미고, "사랑해요. 건강하새요."라는 글귀를 남긴다. 주인공은 남편이 자신 몰래 후배의 보증을 섰고, 그 후배가 중국으로 도망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절망하지만 나폴리탄을 만들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싶어한다. 그 때 정민이의 외할머니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그동안 애한테 뭘 가르쳤길래 아홉살 아이가 아직도 맞춤법을 틀리냐며 그 모든 걸 딸의 잘못으로 돌리는 타박 뿐이다. 이 상황이 참기 어려웠던 주인공은 엄마를 찾아가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을 모두 쏟아내기로 하고 깊은밤 정민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주인공은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엄마를 어느새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보며 좌절하지만 엄마 그리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딸의 모습을 깨닫게 된다. 

학교에 상담을 갔던 날. 담임선생님은 말했다. 미술 시간에 정민이가 그림을 제일 늦게 제출했다고. 이름 때문이었다. 부모님 그림을 그린 후, 엄마 아빠 대신 다른 이름을 붙여 보라고 했더니, 정민이 너무 깊게 고민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정민은 미술 시간이 끝날 때가 다 되어서야 그림을 겨우 제출했다. 그림에는 눈이 치켜 올라가고 팔짱을 낀 채 어딘가를 노려보는 여자가 있었다. 정민은 그 여자에 대해, 반짝이는 풀로 이렇게 썼다. 그래도 계속 좋아하는 사람.

p39-40 중에서.


​<비망>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혼 후에 홀로 딸을 키우며 다니던 직장에서도 인정받아 성공적인 삶을 살게된다. 또 자신에게 찾아온 암도 이겨낸다. 이런 그녀에게 딸은 여행을 떠나볼 것을 제안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러다가 홀로 상해를 여행하며 겪는 경험과 감정을 상세히 그려낸다.

​소설 속 모녀 간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와 엄마, 나와 딸의 관계가 떠올랐다. 특히 <깊은 밤들>에서처럼 엄마의 닮고싶지 않았던 말투를 고스란히 딸에게 사용하는 나를 보면 놀랄 때가 있었는데... 또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던 엄마니까. 나도 딸을 사랑한다. 모녀 관계를 비롯해 가족은 애증의 감정이 똘똘 뭉쳐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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