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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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카밀라는 여덟살 때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 범불안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는다. 그녀에게 인간은 모호하고 종종 모순적이며 이해하기 힘든 존재인데, 과학은 어디에도 없던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제공해 불가사의한 인간 행동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카밀라에게 의문투성이인 세상을 보는 렌즈를 마련해준 것이다. 자폐인이자 과학자인 그녀의 시선으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고,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인간의 감정을 과학으로 하나씩 풀어가며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인상깊은 소설이다.


사실, 어려운 과학 용어의 정의나 설명을 읽을 땐 수능 비문학 과학지문을 읽는 기분이기도 했으나 한 자폐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애처로운면서도 경이로웠다. 또 책에 나오는 과학 지식은 소설이지만 실제로 생물화학 박사과정을 마친 저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여느 소설보다 체계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복잡한 현실을 수용하라고 가르친다. 얽히고 설킨 것들이 사라지길 바라며 현실을 매끄럽게 다듬으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조화를 이루지 않는 대상을 탐색하고 질문하고 수용한 뒤, 이해하고 결정할 뿐이다.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더 과학적으로 하고 싶다면, 패턴을 감지하고 결론을 끌어내기를 바라기 전에 무질서를 수용해야 한다. 즉 우리가 나무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p.32 중에서.



책을 읽은 후에도 '우리의 삶은 역동적이고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 무엇도 생각한대로 딱 떨어지지 않는데, 나무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기억에서 저 기억으로, 이 결정에서 저 결정으로 가지를 뻗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서로 다른 맥락과 주장을 넘나들며 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머릿속을 맴돈다. 고로 우리가 나무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살면서 예측한 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무수히 경험하며 좌절하곤 했는데, 정말로 나무처럼 생각하고 살면 조금은 더 무던한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도 재미있었고, 카밀라의 시선으로 비춰진 인간이나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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