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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피는 꽃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스물 여섯까지는 실패한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저자의 인생은 딱 거기까지 였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는 끝도 없는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용기가 없어서 죽지 못했다는 그가 <아래로 피는 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놓는다. 평생의 난치병을 갖고 살아야 하는 어머니, 글이 써지지 않아서 날려버린 출판 계약서, 다친 허리의 통증을 견뎌보지만 계속되는 실패로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결국 홀로 방구석 생활을 선택한 그는 다른 생각도 다른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는 감정을 반복하고 다시 반복한다.
저자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던걸까? 사실, 그의 실패가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지않아서인지 내게는 아픔의 강도가 세밀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실패의 경험을 가지게 되는데, 성공하는 삶만 살다가 연이은 실패를 했던 탓에 더 아팠던걸까? 공감보다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 많다.
그가 방구석에 갇혀 있었던 시간은 남들보다 못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결국 지나갈 시간이지만 지나보지 못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때때로 울고, 다시 우는 것밖에 없었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또한 불혹의 시간을 사는 동안 온갖 실패를 경험하며 살았는데, 견디다보니 숨을 쉬고 있고, 또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조금 더 살다보면 또 지나갈 시간인데 막상 닥치고 보면 우는 것 외엔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기에 저자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어졌다. 살아보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날들이 기어이 오고야 말지만 또 그런대로 괜찮은, 어쩌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도 하니 일단, 살아봅시다.
분주히 하루를 시작하는 가족들과 달리 느지막이 일어나 멍하니 하얀 천장을 바라보고, 잘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잠을 자고 있는 한심한 내가, 믿기지 않지만 나였다. 애초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에서 과거의 내가 경멸하던 사람이 현재의 나였다.
나는 현재의 나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더 멋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못하지만, 방구석에서의 나를 상처 주는 행위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긍정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 않을 수는 있는 법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늘 하루 숨을 쉬고, 온전히 살아가는 것에 노력했다. 나의 삶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p.103-104 중에서.
출핀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