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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평점 :

사는 게 바빠서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들이 많이 보고 싶던 어느날이었다. 전화기를 들었고 그렇게 연락이 닿은 한 친구에게서 다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려 깊었지만 평소에도 말이 없고, 과묵했던 친구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적잖은 충격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픈 친구에게도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는 내가 안부를 물어올 때면 늘 그랬듯 한결 같은 반응으로 잘 지내고 있노라는 답장을 해왔다. 이른 나이에 엄마를 잃고, 털어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을까. 아프면 털어놓고, 쏟아내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혼자 끙끙 앓아서 병이 된걸까. 내가 다 마음이 아파서 결국 울음을 쏟아냈던 기억이 있다. 거리가 있고, 각자의 일과 가정이 있는 우리는 여전히 아주 가끔 안부를 묻고 있다. 멀지만 친구의 안녕을 바라고 또 바래본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나는 조현병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 가까운 친구가 병을 앓으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조율하는 나날들>은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보고, 궁금해져서 펼쳐보게 된 책이다. 또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정신질환을 이유로 퇴학을 당하고,이후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샌스란시스코에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극성장애를 진단받고 8년 만에 조현정동장애라는 진단을 다시 받게 된다. 대개 정신질환에 관련된 서적들이 정신분석학자나 전문의의 시선에서 쓰여진 책이 많은데, 질환을 직접 앓고 있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다소 무거운 내용이긴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이로 인해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