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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평점 :


<낭패>는 실제로 존재했던 정조의 비밀 편지를 소재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해 만들어진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주인공 재겸은 아비에 의해 상단 노비로 팔려오지만 눈썰미가 좋은 덕에 사환의 자리까지 오른다. 대행수 길평은 재겸에게 청나라로 갈 인삼의 수송을 맡기고, 이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자신과 동생인 서조의 노비문서를 파기해주겠다고 약조한다. 하지만 청나라로 가던 호송단은 도적의 습격을 받게 되고, 재겸은 상단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이 모든 건 길평이 상단 내외를 죽이고, 자신을 이용해 상단의 물건을 빼돌리려던 계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재겸은 서조와 함께 개성상단의 단주 내외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 그날 상단에 있었던 행수를 찾아 10년 가까이 조선 팔도를 떠돌아 다닌다.
한편, 재겸에게는 사람들의 미세한 표정만으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별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고 이를 알아본 정조는 그에게 비밀 편지를 전달하는 '팽례'가 되어달라고 한다. 재겸은 편지를 전달하면서 얽히고 설킨 여러 비밀들을 알게 되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모든 걸 남과 비교하니 제가 가진 게 얼마만큼인지 미처 모르곤 하죠. 저는 말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딱 보면, 그자의 마음 속이 척 하고 보입니다. 그 안에 어떤 것이 들어차 있는지, 또 그게 얼마나 큰지 말이죠
p.22 중에서.
<낭패>는 '정조의 비밀 편지'라는 실재했지만 흔하지 않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재겸이 다른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을 감지하는 순간은 추상적이라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구성으로 짜여 있어 읽을수록 흥미진진했다. 정조와 김재겸이라는 인물을 쫓다보니 사건은 진실에 가까워지고, 진실은 금세 드러난다.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고,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책장을 중간에 덮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역사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참신하면서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