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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조선의 기이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민간의 이야기인 야사를 한번쯤은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더랬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유명 벼슬아치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지만 민간에서 떠돌던 이야기는 우리 민족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책의 저자는 1919년에서 1927년까지 매일신문 편집기자이자 발행인이었던 송순기로 일제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유학자다. 그는 우리의 야사, 문집, 기담을 신문에 현토식(懸吐式) 한문으로 연재했고, 이것을 다시 '기인사기록'이라는 책으로 편찬했다고 한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는 기인사기록 (상)의 이야기 일부를 선정해서 해설을 덧붙인 책이라고 한다. 총 27편의 이야기를 싣고 있는데 사람 간의 의리, 남녀의 인연, 충의와 절개, 지혜, 여인들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권생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집안을 엄하게 다스리기로 유명한 안동 권 진사가 있었다. 그는 권생이란 자식을 두어 며느리를 맞았는데 그 성질이 사납고 질투심이 강해 시아버지만이 이를 억누를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권생이 처가에 갔다가 돌아 오는 길에 큰 비를 만나 주막집으로 피하여 들어갔는데 소년 과객이 술과 안주를 권했고 먼저 취해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옆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사연을 듣고는 마음이 동해 여인을 품게된다. 엄한 아버지와 질투심 많은 부인이 걱정이었던 권생은 지혜로운 친구를 찾아가고, 친구 덕에 아버지께 여인을 인정받게 된다. 또 권진사의 지혜로 부인에게도 여인을 인정받아 소실로 맞을 수 있게 된다.
시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본처가 다른 여인을 질투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남편의 또 다른 부인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참 가혹한 것 같은데 당시에는 허용되던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이 이야기에서는 벗과 시아버지의 지혜와 재치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든 이야기에 공감이 갔던 건 아니지만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소신을 지키며,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가던 선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나름대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