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의 할머니 -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이시문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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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 여성들의 이야기"

 

올해로 89세인 할머니를 뵙고 왔다. 먼 거리에 살고 계셔서 자주 뵙지 못하지만 갈 때 마다 정정하신 모습에 마음이 놓이다가도 점점 약해지시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다. 나는 열 여섯 살까지 할머니와 함께 방을 썼는데, 먼저 잠든 할머니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살았던 그 때가 꿈만 같고, 그립기도 하다. 함께 살 수 있는 날들이 영원할 것만 같아 그 때는 미처 생각치 못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행복한 날들이었음을.

 

<할머니, 나의 할머니>라는 책 제목처럼 '나의 할머니'라는 단어는 내게도 각별하다. 표지와 제목을 보는 순간 자연스레 우리 할머니를 떠올렸는데, 책에서는 어떤 할머니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저자는 구두로 전해들은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탐독하던 서사의 영향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엇, 그러고 보니 나도 할머니 이야기들을 기록해 볼 걸 그랬다. 지난 이야기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이 살아온 세월은 개인의 역사이자 민족의 역사이기에 꽤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았다.

 

저자의 할머니는 배 속에 아들을 품은 채 1950년 9월 남편을 전쟁으로 잃었다. 부른 배를 안고 시체 밭을 가로 질러 친정으로 아이를 낳으러 간 이야기나 시어머니와 손위 동서에게 아들 육아를 전적으로 맡겨 놓고 집안의 가장이 되어 농사 품을 팔러 다녔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참 고달팠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오롯이 육아만 했는데도 얼마나 눈물 바람, 콧물 바람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 할머니 세대는 어찌 이 모든 걸 감당하며 살 수 있었을까?

 

책은 나의 할머니께 들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도 여럿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들도 많았다. 읽는 내내 한 편의 긴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는데, 고달픈 삶 속에서도 성실하고, 강단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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