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세계, 신비한 시간 책 읽는 샤미 24
김상윤 지음, 정은규 그림 / 이지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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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노랑 바탕에 찢어진 우산을 들고 있지만 미소 짓고 있는 표지 속 로봇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는 제목 자체가 가지도 의미도 큰 것 같다. 맞다, 그러고 보니 완벽하려고 애쓰며 살아가지만 어딘가는 어리숙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주인공 부트는 결함이 있는 로봇을 분쇄하는 폐차장에서 2.5개의 기억만 가진 채로 깨어난다. 분쇄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도망쳐 나온 부트는 기억의 끈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베스를 떠올리고, 그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미 분쇄 되어 사라졌어야 할 부트를 쫓는 플린트의 추격이 끝없이 이어지고, 쫓고 쫓기는 와중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부트는 정말 무서운데도 달리며 신나게 휘파람을 분다. 전 속력을 다해 뛰면서도 경쾌한 휘파람이라니. 어쩐지 귀여우면서도 딱 부트스럽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몇 개 되지 않는 기억으로 부트가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부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십육 퍼센트의 에너지로 충전기를 구해야 하는 노크, 로봇강아지 푸치, 너무 뜨거워지면 폭발 할 수도 있는 레드, 이들은 길에서 만난 로봇 친구들로 저마다 결함을 가지고 거리에 버려졌다. 홀로그램을 통해 베스가 각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두 함께 찾아 나서기로 한다. 로봇들은 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 둘 익히기 시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트는 자신이 다른 로봇과 다르게 생각과 질문을 할 수 있고,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 결함이 있지만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도 자신과 같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에게 결함은 상처였고, 자신을 옭아매는 올가미였지만 부트와 친구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를 읽는 동안 낡고 버려진 장난감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토이 스토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부트와 친구들이 혼자였더라면 결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것을 배우고, 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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