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 - 제26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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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은 여섯 편의 연작소설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저마다의 자유를 꿈꾸며 죽음을 무릎쓰고, 남한행을 강행했을테지만 이 곳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여름 손님>에서의 장철진은 사선을 넘으며 대한민국에 도착하지만 이 땅에서의 정착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세 가구가 사는 다세대 건물 1층에 세를 들었고, 지하층 노인은 처음에는 그를 반기는 듯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노인의 술주정을 듣고 속내를 알게 된 이후로 지하층에 내려가지 않았지만, 툭하면 시끄럽다고 올라와 문을 두드렸고, 시비를 걸어왔다. 그런 노인이 죽은 채 발견되었고, 철진은 살인자로 내몰린다. 화은은 그런 철진을 숨겨주고, 남조선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린다.

 

언니, 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남한 오다가 우리 샛별이가 죽었는데 나는 어쩌면 이렇게 태평히 잘살고 있지? 그것 생각하면 가끔 내가 징그러워...... 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 입이 징그럽고......

 

소설 속 인물들은 어디하나 제대로 마음 둘 데 없는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허드렛일을 하거나, 살인용의자로 내몰려서 쫓기고, 외진 시골에서 겨우 살아가는데... 한편으론 일부 새터민들의 실제 모습 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그저 견디면서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텐데.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 그들에게 조금의 위로는 되어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대학에서 <북한의 언어와 문화>라는 수업을 들으며 새터민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북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는 그녀는 약사를 꿈꾸며 약학대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민국의 어머니들이 북한에서 온 선생님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약사가 되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행복한가요"라는 나의 질문에 울먹이며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은 함께 압록강을 건너오다가 총에 맞아 죽었고, 아이와 나머지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다고,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 같아서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탈북민, 새터민'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녀가 떠오르곤 한다. "지금은 행복한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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