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사회 속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가 하는 기록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으며 개인의 기록 속에서 우리는 시대를 읽어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같이 분노하고, 같이 기뻐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콕하고 박힌다. 학생 시절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지극히 개인의 생각과 경험에 그친 이야기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모든 이야기는 개인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땐 왜 그렇게 속좁게 생각하고 에세이들을 멀리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렸고, 경험이 부족해서 크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없었나보다.
책은 '하나. 언니의 결정적 혹은 격정적 순간', '둘. 무례한 세상을 대하는 언니의 자세', '셋. 불혹을 매혹으로 사는 슬기로운 언니 생활', '넷. 언니가 되고 보니 사랑만 한 게 또 없더라' 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분명 일상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재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종교, 정치, 인연, 우정, 사랑, 날씨, 여행... 다양하지만 생각할 거리들이 많은 소재라서 덩달아 생각을 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저자들과 같은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었는데, 그 속에서 생각을 하고 또 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그들의 관찰력과 부지런함이 부럽기도 하다.

문득, 허둥지둥 사는 게 바빠서 살피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모두 안녕한지, 바쁨 속에서 행복한지. 아이 낳으면서 일기쓰기를 관둔지 여러 해인데 나를 돌아보며 살기에 일기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나도 오늘만큼은 나를 위한 글을 써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