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아는 사람들
정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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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바탕에 뭔가 모를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 그리고 '너,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라는 띠지의 글귀가 눈에 띄는 책이다.

 

이야기는 한 기숙학교에서 남학생과 여사감이 함께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뉴스에서는 이들의 얼굴과 이름이 나오며 공개수사가 진행 중이니 시민들의 제보를 부탁한다는 앵커의 말이 흘러나온다. 보도 이후, 전국이 들썩였지만 쓸 만한 제보는 들어오지 않는다. 평범한 남학생을 납치한 여사감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 딱히 제보할 만한 수상한 점이 없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화면 속 강슬지라는 이름과 수수하게 예쁜 얼굴을 보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예전의 공포가 떠올라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치 않은 슬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을 때면 싫어하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 준다던지 가족의 안위를 걸고, 자신을 만나 달라는 기행을 일삼는 아이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원하는 살해나 복수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 주면서라도 관심이나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한다.

 

옳지 않은 방법을 알려주고서라도 얻고 싶었던 사랑의 감정이라니. 슬지도 작고 가련한 소녀였는데, 그녀가 애처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슬지와 연관된 열 세 가지의 이야기에서는 이야기가 더해질수록 악녀로 거듭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환경론의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성립되지는 않는다 생각해왔으나 이 이야기를 비롯한 다른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범죄자들 중에서는 평범한 가정보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진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결손가정이나 극빈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제대로 된 사회제도를 갖추어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제2의 강슬지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책은 잔혹한 서스펜스 스릴러라 읽는 내내 긴장감이 꽤 감돌았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소설이라 그것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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