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독서법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9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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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독서법>은 <시간을 파는 상점>을 쓴 김선영 작가의 소설집이라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단지 이유는 그것 뿐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좀 우스운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시간을 파는 상점'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위시리스트에 적혀있는 책 중의 하나일 뿐인데, 그저 읽고 싶었다니.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지 않을까하는 확실치 않은 기대감이 내 관심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책은 소설집으로 '바깥은 준비됐어', '바람의 독서법', '흔들리는 난타', '나는 잘 지내', '중독' 등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인생에서 평탄치 않은 순간들에 직면해 있다. 자신과 엄마의 곁을 일찍 떠나버린 아빠, 홀로 감당해야하는 삶의 무게가 버거운 엄마, 교우관계 속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존재 속에서 고민하는 인서의 모습이나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돋을새김 현상으로 시험에서 1등을 하고,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한 강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난타반에 들어가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채원. 로마행 비행기 표를 끊어놓고 암으로 죽은 언니를 보낸지 얼마되지 않아 대뜸 이태리로 유학을 가겠다는 딸 주연과 단 둘이 떠난 유럽여행에서 속마음을 꺼내보이는 모녀, 민가의 생활용품이나 손사진을 수집하는 것에 중독된 모자와 같이 소설 속에는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엄마를 동물로 표현해 본다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떠오르는 건 있다. 박쥐. 그래, 박쥐다. 날짐승과 네 발 달린 짐승 사이를 유리한 대로 왔다 갔다 하는 배신자가 아니라, 동굴 속으로 숨어드는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박쥐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엄마는 내게 어둡거나 날카롭거나이다. 숲 샘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자기 안의 그림자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어. 아마 우리 모두 그럴 거야. 누구나 버겁지 않을까 겁도 나고,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p.32, '바깥은 준비됐어'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겪는 좌충우돌 분투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데, 불혹의 나이에 이른 내게도 고민과 걱정거리들이 가득하다. 어린시절 상상했던 지금 시기의 나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시기이든 저마다의 무게를 느끼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게 인생인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또 웃을 일을 찾으며 나아가는 삶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리고 살아갈수록 느끼게 되는 건, 무의미한 것은 없더라는 것이다. 마냥 죽을 것 같은 현실도 지나가고 나면 내 삶의 거름이 되기도 하니 우리 모두에게 닥친 힘든 날들이 무던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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