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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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는 <모든 것들의 세계>, <마음소라>, <페어리 코인> 등 총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모든 것들의 세계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날씨, 검은 도포에 챙 넓은 갓을 쓴 남자가 고양미를 찾는다. 그는 저승 차사로 양미의 부모가 저승명부에 혼인신고를 올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부부가 된 천주안 씨를 소개하고, 양쪽 다 소멸되기 전까지 혼인 관계가 유효하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다. 양미는 이목구비며 뽀얀 손발의 소유자인 천주안 씨가 나쁘지 않았지만 주안은 자신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게이임을 밝힌다. 월드 오브 에브리싱'이라는 게임에서 길드원을 살리려고 치유 마법을 퍼붓다가 실제로 난 불을 피하지 못한 양미, 부모님과 크게 싸우다가 홧김에 죽게 된 주안. 둘은 서로의 죽음을 공유한다. 소멸되지 않고, 영혼인 채로 이승에 머무르게 되는 단 하나의 이유가 누군가의 그리움에 의해서라고 한다. 둘은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까?

 

"귀신이 소멸되는 조건은 단 하나. 피가 섞이지 않은, 그러니까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우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사라지는 때. 그 때 비로소 우리도 사라져요. 아까 말했다시피 생전에 저는 친구도 애인도 없었으니까, 여기 게임 속 어딘가에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거겠죠."

p.25-26 중에서.

 

세 이야기 전부 독특했지만 내겐 <모든 것들의 세계>가 임팩트 있었던 것 같다. 영혼이 세상으로부터 소멸되기까지 누군가에게 잊혀져야하다니. 어쩐지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진정한 이별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이 중년의 나이에 다가가고 있어서인지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볼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완전 잊기보단 휘청거리지 않고, 우뚝 서서 떠나거나 남아있을 힘을 가질 정도의 시간말이다. 살아있는 동안 나 또한 그런 이별을 몇 번이고 겪겠지.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기도하지만 이왕 이별해야 한다면 아주 조금은 성숙한 이별을 하고 싶다.

 

-마음소라

마음소라는 말 그대로 귀에 갖다 대면 그 주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소라로, 보통 2차 성징을 겪을 때즘 자신의 것을 갖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마음소라는 그 자체로도 귀했지만 한번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평생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 컴퓨터공학과인 안도일은 국문학과인 양고미에게 마음소라를 건네며 고백한다. 양미는 도일의 순진한 구애로부터 붕붕 뜨는 마음을 사랑이라 착각했고, 스물한 살부터 스물여덟살까지, 만으로 꼬박 7년을 사귀는 동안 착각에 빠져있었다. 도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로 취업해 힘들어하면서 둘의 문제는 드러났고, 이들은 결국 이별한다. 이후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양미는 도일의 와이프 양희로부터 마음소라를 돌려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페어리 코인

'나'와 조우진은 신혼집으로 전세를 구하다가 전세 사기에 휘말린다. 전세보증금 4억을 찾을 길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우진의 친구 현철은 대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자는 제안을 한다. 이들 부부의 집에는 예쁘고, 귀여우면서 웃을 때 보조개가 푹 패는 모습이 매력적인 요정이 있다. 등에는 잠자리 날개처럼 얇고 투명한 날개가 한 쌍 달려 있어 포르르 포르르 집 안을 날아다니며 간단한 잔심부름을 하기도 한다. 반려 난이도 최하 중의 최하인 요정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현철은 이 요정의 번식을 연구하고 체계화해서 시중에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한 연구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으니 법인을 세우고, 가상화페 '페어리 코인'을 개발해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자는 것이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 했다고 생각하는 우진과 '나'는 현철의 말에 흔들리는데...

 

마음소라'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선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들려주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도일과 양미를 보면서 관계의 양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느 한쪽의 사랑으로 시작되는 만남이 진정성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는 말이 있듯이 동등한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면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페어리 코인'에서 무고하게 사기를 당하는 우진 부부가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나도 보호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렇다고해서 같은 방법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 편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던져준다. 생각할 거리가 다양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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