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지음 / 푸른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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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본 돈까스를 맛보는 게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는 저자가 서울과 경기 일대의 돈까스 가게 수백여 곳을 탐방하고, 리뷰했던 경험을 토대로 돈까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돈까스를 쫓는 모험>...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다소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까스는 다 아는 맛이라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표지 속 돈까스를 보니 바삭바삭한 그 특유의 식감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처음엔 돈까스 맛집을 소개하는 가벼운 내용의 책이려니 생각했는데, 그 뿐만 아니라 음식 이름의 어원이 상세히 소개되어있다. 또 음식이 탄생한 배경과 유래도 담겨있어 읽을수록 흥미롭다.

 

돈까스와 돈카츠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책을 읽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걸쭉한 브라운 소스를 부은 한국식 돈까스는 '돈까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고,두꺼운 등심을 바삭하게 튀겨 썰어낸 일본식 돈까스는 '돈카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외국 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로컬라이징 되고 한국식 발음으로 이름을 얻어 점점 생활 속에 녹아드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그 음식의 원형에 가까운 음식이 들어오면 현지 발음에 가깝게 부르며 차별성을 둔다. 쉬운 예를 들면 돈까스도 요즘 유행하는 정통 일본식 돈까스 가게에서는 '돈카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p.33-34 중에서.

 

<돈까스를 쫓는 모험>에서는 음식 이름의 기원에 대해 일리있는 설명을 한다. '저자는 어쩌면 이렇게 해박한 지식들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니 그의 본캐는 일본어 번역가라고 한다.

 

불현듯 미치도록 그곳이 가고 싶어 가슴이 뛰는 노스탤지어 같은 장소가 누구에게나 한 곳쯤 있을텐데 저자에게는 '한아름' 돈까스집이 그런 곳이라고 한다. 그곳의 오래된 메뉴판을 보니 문득 나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월급일이거나 혹은 토요일밤 가족이 외식을 할 때면 종종 들렀던 '이오스'라는 경양식집이었는데, 그곳의 비후까스와 함박스테이크를 유독 좋아했던 내가 기억난다. 온 가족이 재잘거리며 칼질하면서 기분냈던 그 곳이 그리워져서 '한아름' 돈까스집이라도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다고해서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비후까스'라는 표기를 본 기억이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일본어의 잔재라 이것을 청산해나가면서 '비프까스'라고 표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f] 발음을 대개 피읍(ㅍ)으로 쓰게 되면서부터 메뉴판 속 '비후까스'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금은 아버지도 이오스의 비후까스도 나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지만...언젠가 내 아이들에게도 평생 기억할 수 있는 돈까스집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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