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마니아
김쿠만 지음 / 냉수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트로 마니아>는 8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김쿠만'이었는데 세상에서 처음 들어본 이름인 탓에 꽤 오래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알고보니 영화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 이만희의 이름을 멋대로 약탈해서 만든 필명이라고 한다. 필명부터 심상치 않다.

 

책을 살피면서 문득 레트로(Retro)에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졌다. Retro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첫 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 <레트로 마니아>는 레트로 게임 카페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이 카페 사장인 시게루와 대화하거나 카페에 자주 들르는 단골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나도 알 만큼 유명한 게임인 '테트리스', '스트리트 파이터2', '슈퍼 마리오' 등의 이름이 등장하자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비록 게임은 아니지만 과거의 것들이 지독하게 그리울 때가 있는데, 레트로 게임을 좋아했던 이들에겐 게임 이름의 등장만으로도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듯하다.

 

요즘 게임들은 한결같이 전부 지루해. 왜 그런지 알아? 게임을 게임답게 안 만들어서 그래. 요즘 게임들은 죄다 CG를 떡칠해서 진짜처럼 보이려고 하거든. 멍청한 놈들. 가상현실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지긴. 게임은 진짜 같아선 안 돼. 게임은 게임다워야 한다고. 21세 게임회사 놈들은 전혀 게임 같은 않은 게임으로 사람들한테 삥을 뜯지.양아치 같은 놈들.

P.20 중에서.

 

<라틴화첩기행>은 EBS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름처럼 라틴 아메리카의 섬나라를 방문해서 그 나라의 생소한 미술 작품을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교양 넘치는 프로그램이다. 교양없는(?) 출연료에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은 프로그램도 아니었지만 주인공인 이건후는 출연을 결심하고, 계약서에 서명한다. 그는 제작자 도영과 함께 카리브 해변으로 향하는데...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솔직히 나에겐 두 작품 이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게임이나 예술, 프로레슬링과 같은 소재에서 비롯된 이야기라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던 것 같다. 평상시 그리 관심을 보이던 분야가 아니라서 더욱 어려웠는데, <해설 포스트>를 읽으면서 작품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8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과거에 묶인 사람들인데, 이들이 지향했던 건 그리움이 아니었을까. 2022년을 살고 있는 나는, 90년대를 재연한 드라마나 영화에 열광하는 중이며 종종 그 때 유행했던 노래를 듣곤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그렇게라도 그리워한다. 장르가 다를 뿐, 작품 속 인물들의 마음이 '이런거였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