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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ㅣ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평점 :
스스로 괴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김혜영 작가의 단편집 <푸르게 빛나는>은 표지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둑어둑한 밤, 가로등, 아파트 그리고 길 위에 비춰진 하나의 그림자. 책장 너머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몰입도를 높이는 작품들이 많아서 출간될 때마다 기대되는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푸르게 빛나는>은 단편집으로 <열린 문>, <우물>, <푸르게 빛나는>등 세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열린 문>은 초등학생인 세나와 오빠가 등장한다. 이들의 집은 지붕 없는 건물 바깥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5층에 있었는데, 평범치 않은 구조의 집이다. 엄마는 늘 바빴고, 아이들을 신경 써 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오빠는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숨은 채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서 있는다. 문을 열어놓으면 꼭 도둑이 아니라도 누군가 들어올 수 있을거라는 발상 자체가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들은 예상 외의 공포를 경험한다.
<우물>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고, 체취가 너무 심한 주영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에겐 축농증이 심해 냄새를 맡지 못하던 유일한 친구가 한 명있었는데, 친구는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코 수술을 받게 되고 회복한 후 주영을 만나지만 구역질을 하게 된다. 그렇게 끝났다. 우정은 끝났다. 우연히 만난 한 여자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을 마시라고 한다. 주영은 물을 마시는데...
<푸르게 빛나는>은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있는 신축 아파트에 갓 입주한 신혼부부 여진과 규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진은 밤중에 자다가 깨서 푸른 구체를 보고 태몽임을 규환에게 알린다. 이 후 여진은 집 안에서 점 같이 작은 푸른 벌레들을 발견하지만 규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파트 단톡방에서는 이 벌레의 정체가 비밀스럽게 공유된다.
세 편의 이야기가 기묘하고 특이하다. 청년 세대의 슬픔과 두려움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는데, 작품을 읽을수록 어둡고, 쓸쓸했으며 또 그 감정을 넘어선 인물들에게서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어쩌면 우리 내면 깊숙히 존재하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극도로 두렵다 못해 기이할 정도의 공포. 그것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