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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평점 :

따뜻한 그림의 표지가 가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질 무렵의 서점과 그곳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의 모습이 고즈넉하면서 평화롭다.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표지를 가진 책은 일단 읽고싶다. <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는 영어를 가르치는 프리랜서 강사였다가 구미에 정착해 책방을 운영하게 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방 사장님 아들과 결혼하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었더랬다. 함께 가업(?)을 이어받아 폴폴나는 책 냄새를 맡으며 책을 실컷 읽고 싶다는 야무진 꿈이었는데...... 물론 실패했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책방 혹은 북카페 운영에 대한 로망은 남아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책방을 운영하는 이들의 삶이 늘 궁금했던 것 같다. 책은 독립서점인 '책봄'을 운영하며 생겨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소소한 행복들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또 저자가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의 생각과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놀랍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다정함에 기대어 살아왔는지 잊고 있었다. 세상은 어차피 혼자라고 소리쳐도 봤지만 함께이기에 혼자도 괜찮아 보일 수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나를 떠올린다. 여전히 창밖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에게 말해 주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고. 모두가 책봄을 응원하고 있다고. 그러니 더는 그렇게 바보 같은 얼굴로 울지 말라고.
저자는 책방 고양이 봄, 여름, 겨울이를 구조하고, 입양하면서 세 마리 고양이의 집사가 된다. 잠시 '가을이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길에서 만나는 모든 고양이의 이름이 가을이라고 한다. 냥이 이름 지어주는 방법이 독특하면서도 귀여워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동물들에게 자리 한 켠 내어주며 '공존'이라는 의미를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니 동물과 환경을 위해서 나도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매년 유기견센터에 낡은 이불이나 수건을 보내고, 어쩌다 길냥이 짜장이를 만날 때면 집으로 쫓아올라가 사료를 가지고 나오긴하지만 동물을 위한 나의 노력들은 간헐적인 것만 같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도 찾아보려한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책방 운영의 실상은 확실히 나의 로망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소신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저자의 모습은 보기 좋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