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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저자 블레이크 크라우치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총괄 프로듀서 겸 작가로 《30일의 밤》을 각색한 드라마 〈다크매터〉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청춘은 이래서 좋은 것이다. 아직은 잘못된 선택을 한 적도 없고 어떤 진로에도 전념하지 않았으며 눈앞에 펼쳐진 길은 순수하고 무한한 가능성이기에, 무엇에든 스며들 수 있는 무중력의 상태가 존재한다.
<30일의 밤>을 각색한 드라마 시리즈가 현재 제작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근래 들어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는데, 읽은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호기심과 함께 책을 펼쳐본다. 주인공 제이슨은 물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학에서 양자역학 수업을 맡고 있다. 시카고의 교외에서 아내 다니엘라 그리고 아들 찰리와 단란한 삶을 살고 있던 그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들이닥친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동료 라이언 홀더의 파비아상 수상을 기념하고 돌아오던 길에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다. 잠시 의식을 잃었던 제이슨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을 대표이사 겸 의료 총책임자라고 소개하는 레이턴 밴스를 만나게 되고, 스무 명 정도의 팀원들은 그가 14개월 만에 연구소로 돌아온 것을 격하게 환영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고, 화장실을 핑계로 탈출을 감행한다. 가까스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내와 아들이 함께 살았던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눈 앞에 있는 집은 낯설기만 하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실제가 아닌지 알 길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어떤 것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제이슨은 가족이 있던 예전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까?
이윽고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가 예전에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습니까?
아니면 당신을 고용한 사람에게?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말을 하면 할수록 너만 더 힘들어질 거야."
처음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왠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인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납치 당한 후 사라진 가족과 전혀 다른 나와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백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을 때까지 처음 가졌던 궁금증이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리송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제이슨을 쫓아 책장을 넘기다보니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속도감이 느껴졌고, 이는 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거듭되는 반전은 놀랍기만 하다. <30일의 밤>을 완독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내가 나를 납치한다는 설정은 독특하면서 신선했고,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의문 투성이었던 사건들이 실타래 풀리듯 진실을 향해갈 때 작품 자체가 주는 묘미가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