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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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승민

댄서를 꿈꿨고 때때로 락밴드를 했다. 극단을 어슬렁거렸으나 공연기획자로서의 삶은 길지 않았다. 돈은 필요한데 정장을 입는 건 싫어서 IT 회사를 다녔다. 『콘크리트』는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책이다. 20세기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 살고 있다. IT와 금융업에 종사하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건 이제껏 거쳐 온 많은 취미 중에 건져 올린, 유일하게 쓸 만한 직업이다.

 

 

코인을 잡으려 하지만 손가락 마디마디가 묶여있는 손이 의미하는 건 뭘까? 강렬한 빨강색 바탕의 표지에 시선이 머문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 그림이 아리송하기만 했는데, 책을 읽고 보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도 같다.

 

<당신의 신은 얼마>는 암호 화폐 투자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가까운 친척이 하던 일을 관두고, 비트코인을 채굴하러 다니는 일을 한다고 해서 그게 무엇인지 찾아보다가 가상 화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가상 화폐를 너도 나도 쫓는 모습을 보며 조금 무서워졌다. 더구나 2,30대의 투자율이 월등히 높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걸까?

 

네, 믿어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숫자를 믿습니다. 숫자라는 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나의 언어이며 나의 혀입니다. 이 나약한 나도, 소외 받고 차별 당하는 내 인생도 당신을 통해 밝아질 것을 믿습니다. 세상은 숫자입니다. 숫자로 세상을 이해하겠습니다. 통계로 시스템을 설명하겠습니다. 존경과 선망, 위로와 이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 하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력과 시드 머니입니다.

그럼요. 믿습니다. 당신이 나의 신입니다.

p.8 중에서.

치킨집에서 하루 종일 닭을 튀기는 스물 아홉의 정환은 제 한 몸 챙기기에도 버거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친구 현기가 찾아온다. 현기는 정환에게, 투자했던 래더코인의 절반을 약속하며 한 사람을 납치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정환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하지만 최초 투자 시점 대비 1000퍼센로 상승한 상태인 래더코인의 가치를 보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편, 치과 의사 출신의 전업 투자자인 최닥은 합법적으로 래더코인 시장을 조작한다. 사람들은 위험에 끌렸고, 위험은 그에겐 기회를 의미했다. 남들이 지나가면서 다져 놓은 안전한 땅만 밟아서는 금맥을 발견할 수 없기에 아직 길이 아닌 곳을 폭파시키고 그 아래로 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선 곳은 안전지대 안쪽이라 생각하고 있는 최닥은 묘한 희열을 느낀다.

 

래더코인은 한 청년에게 자신이 처한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헛된 욕망을 품게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허황된 욕망에 불과하다. 욕망은 이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헛된 꿈을 꾸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내가 정환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돈 앞에서 나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도 인간의 욕망으로 점철된 그 무엇이. 또 그리하여 우리를 뒤흔들만한 것들이 끊임없이 출현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내기가 참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로운 것을 찾으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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