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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한 날들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0
윤이안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평점 :
저자 윤이안
소설집 『별과 빛이 같이』가 있고 안전가옥 매치업 프로젝트: 01 기후 미스터리에 선정되어 장편소설 『온난한 날들』을 개발하고 있다.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이야기를, 조건의 한계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평소에도 안전가옥에서 출간되는 소설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온난한 날들>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독특한 발상과 참신한 소재의 작품들로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여럿 만나온 터라 꽤 기대가 된다.
<온난한 날들>은 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언제 돌변할지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에코 포인트제'라는 제도가 도입된지도 어느새 10년. 탄소를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해서 한 여름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켜는 것도 쉽지 않다. 에코시티로 지정된 평택은 신소재 플라스틱 시범 사용 도시로 지정된다. 소설을 읽다보니 게릴라성 폭우가 유난히도 많이 쏟아지는 올해 여름이 떠오른다.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로 도심 일대는 엉망이 되고, 비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지금이야 전기세 내는 걸 감안하더라도 에어컨과 함께 시원한 길을 자처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니 멀지 않은 미래엔 이 마저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겠다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주인공 화음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아홉 살 무렵, 아버지와 둘이서 놀이공원에 가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고를 당해 혼자 살아남았는데, 사고 이후 그녀에겐 식물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또 자동차를 타면 구토하게 되는 증세도 생긴다. 어느날 이웃 칼국숫집 사장님의 부인과 딸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도움을 주겠답시고 나서서 컬러 사진으로 바꾸라느니 뭐니 훈수를 두고 오지랖을 떨었다. 그 오지랖으로 어떤 여자는 다시 지옥 같은 곳으로 잡혀 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남의 불행에 눈 돌리지 말자고 수도 없이 다짐했는데. 내 능력을 보잘것없고, 내가 품은 마음은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끼어들게 되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화음은 가로수에서 "기도원으로 보내."라는 모르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사라진 엄마와 아이가 기도원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녀를 찾아 에코시티 근처에 있는 영천기도원 앞에서 기웃거리다가 탐정이자 법의 생태학 연구소 대표인 해준을 만난다. 해준은 딸 양소연을 찾아달라는 의뢰인의 부탁를 받고, 기도원 앞에서 잠복 중이다. 각자 찾고 있던 사람이 기도원 안에 있을거라 여긴 두 사람은 함께 기도원으로 향하고, 진상을 파헤칠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는데...
내게는 '기후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낯설지만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후 소설은 미래를 담기도 하고, 기후 변화와 위기 실태를 사실적으로 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어쩐지 먼 이야기같지 않아 겁이 나기도 한다. 오늘도 플라스틱을 잔뜩 사용했는데, 앞으로는 조금씩 줄여나가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