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 이현아

에디터, 아트 라이터. 1990년 충주에서 태어났다. 인터뷰, 칼럼, 에세이 등 예술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한다. 그중에서 2017년부터 노트에 쓰고 있는 그림일기를 가장 아낀다. 매거진 《어라운드》에서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퍼블리, 젠틀몬스터를 거쳤다. 지금은 IT 회사에 UX라이터로 일한다. 남산 아래서 남편과 두 고양이 말테, 미쭈와 살고 있다.

<여름의 피부>는 잡지사에서 퇴사한 저자가 널찍하고 두툼한 노트 한 권을 사서 그림을 골라 인쇄한 뒤에오려 붙이고 흐르는 대로 생각을 적어놓은 그림 일기이다. 사실, 그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기에 화가와 그에 얽힌 일화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나름대로 그림을 해석하는 저자의 안목이 놀랍기도하다. 저자가 해석해놓은 방향대로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림을 이해하는데 한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일기와는 다른 종류의 고백이 두서없이 그곳에 쌓였다. 노트를 반절쯤 채우니 그것들이 되려 말을 걸어왔다. 나를 낚아챈 그림 속에는 공통된 색이 있었다. 그것은 구체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는 하나의 색이라기보다는 '푸른 기운'에 가까운 어떤 것이었다. 실제로 푸름은 손안에 쥘 수 없는 색이다. 다만 시선을 멀리, 그리고 높이 가져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산,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 그 너머의 수평선과 지평선. 그곳에 펼쳐진 푸름은 우리가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난다. 투명하게 사라진다. 푸름은 여기와 거기의 사이에, 그 거리 속에 존재하며, 바라보고 가까워지려는 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p.14 중에서.

발튀스, 루시안 프로이드,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등 그들의 그림은 저자의 유년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발튀스의 드로잉집 속 이미지에는 고양이 미쭈가 나오는데, 미쭈는 발튀스와 늘 함께했던 고양이라고 한다. 함께 산책하고, 밥 먹고, 놀던 존재가 크리스마스 밤에 홀연히 사라지는데, 안팎으로 헤매며 찾아보지만 결국 미쭈는 찾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유년기에 첫 번째로 경험한 상실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이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나의 첫 번째 상실의 대상은 무엇이었으려나. 생각해보니 마음을 나누던 친구의 전학이었던 것 같다. 몇 날 몇 일을 어찌나 울었던지. 툭하면 울었던 것 같은데 그 때의 경험으로 인해 시간을 흘려보내며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된 듯하다. 어른들은 아이가 공백의 자리를 건너뛰고, 상실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어른이 되어 주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에게 정녕 필요했던 것 애도의 시간이 아니었을까라고 반문하는 저자의 글귀가 공감되면서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발튀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책은 유년, 여름, 우울, 고독 등 총 4장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언뜻 보면 이 네 가지 소재들의 유사성은 없어보이는 듯하나 모두 푸른 색을 떠올리게 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물론, 저자의 주관적이 생각이지만 읽을수록 글을 이해하게 된다. 딱딱하고,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라 그림이 주는 느낌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놓기에 그림도, 저자의 이야기도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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