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조영주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였다. 하지만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을 깨닫고 ‘어떤 장르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으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미스터리 극본을 써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유》에 감명받아 추리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했다.

 

 

<비와 비>는 조선 성종 시대를 배경으로 '몽유도원도'와 '금오신화'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편의 사극드라마를 보듯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빠른 속도의 몰입과 전개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전라도 관찰사의 수양딸인 이비, 외모와 지력이 뛰어나며 이비를 지켜야 하는 관노비 박비. 두 인물의 애틋한 이야기와 함께 죽은 공혜왕후를 꼭 닮은 이비를 사랑하게 되는 소년 성종, 또 그런 성종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이비.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저는…… 소생은, 결코 저는 전하가 싫어 그런 말씀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게 정인이 있는 까닭입니다. 사연이 있어 헤어지긴 했으나 제 마음에는 늘 그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이는 그 누구 한 명 마음에 담을 수 없습니다. 하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 이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비는 말하고 싶었다. 꼭 이 남자, 이 나라의 왕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받고 싶었다. 그때 물 한 방울이 이비의 얼굴로 떨어졌다. 이비가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고개를 들었다. 복숭아나무 아래 선 왕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왕이 울고 있었다.“알았다.” 그렇게 말하며 왕은 이비를 끌어안았다. 단 한마디였다. 그 한마디가 너무나 가슴 아팠다. 그 품이 너무나 따뜻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허나 다음 순간 왕이 이비를 떼어냈다. 그 양손을 꽉 쥐고 두 눈으로 다정하게 이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다 알아들었음이다.”

“전하, 저는…….”

“괜찮다. 다 괜찮다.”

p.165- 166 중에서.

 

비극적 운명을 뒤로한 채 자신이 노비인줄로만 알고 살아온 박비, 그는 성종과 닮은 외모로 왕의 역할을 대신 하기도 한다. 결국, 숨겨진 출생의 비밀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된 박비는 사랑하는 이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또 그 과정에서 박비를 자신의 방법대로 지키려하는 이비의 사랑 또한 절절하다. 시대로 인해 순탄치 않은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슬프면서도 아련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 될까?

 

<비와 비>는 김시습의 <금오신화> 속, <만복사저포기>, <취유부벽정기> 등의 장면들을 기막히게 오마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고전 소설 중에서 <금오신화>는 작품자체에서 자아내는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전기성이 독특하고, 결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운명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의지가 돋보여서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비와 비>가 애당초 좋아하는 이야기를 오마주하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한시들은 지루함을 덜고, 작품의 분위기를 더한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깊은 밤에 읽었던 <비와 비>는 역사 속 실제 인물들의 등장으로 어쩐지 조선시대 어디쯤 존재했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아마도 내게 꽤 오랜 여운을 가져다 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