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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저자 김하인
서정 소설·감성 소설이라고 일컫는 순정소설을 발표해 온 대표적 대중문학 작가로, 감각적인 문체와 필연과 우연의 구성, 멜로 드라마의 요건을 충족하는 내러티브를 통해 고전적 사랑을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대표적 작품인 《국화꽃 향기》는 베스트셀러(200만 부 판매)에 올라,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텍스트가 되었다.
학창시절 읽었던 소설 중,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 머무르고 있는 작품이 있다. <국화꽃 향기>가 그 중 하나인데, 소설이 주는 여운이 내게는 꽤나 깊이 남았던 모양이다. 출간된지도 20년이 되었고, 어느새 '200만부 판매'라는 기록을 가진 책이 되어 있어서 무척 놀랐다. 다시금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책장을 펼치고 보니 십 대 때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책은 1999년 3월 13일, 수술복 차림의 임산부가 누워있는 이동식 침대가 수술실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미주야, 오랫동안 힘들게 지녀왔던 꽃을 드디어 피워내는 거야. 저기 라일락 꽃나무처럼, 우리는 라일락 꽃향기보다도 더향기로운 미소를 가진 아기를 갖게 되는거지. 하지만...... 괜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저 나무가 잎 없이 껓 먼저 피는 나무라는 사소한 것조차 말이야. 잎과 꽃이 함께 피고 벌도 날아든다면 더 좋았을텐데...... 저렇게 꽃이 피어 있는 기간만이라도 다 함께 말이야. 그래, 내가 미주 네게 간절히 바라는게 바로 그거야. '함께'라는 말...... 당신과 아기, 나, 그렇게 함께할 수 있다면...... 그만큼 따스하고 눈물겨운 말은 세상에 없을거야.
서울권 대학교 영화 연합 동아리 선후배로 만난 미주와 승우. 승우는 머리카락에서 국화꽃 향기가 나는 미주에게 처음부터 끌렸지만 세살 연상의 미주는 그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도 승우는 커다란 소나무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있겠노라 말하며 미주의 곁을 지킨다. 미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승우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야기는 과거의 시점과 교차되며 전개된다. 한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승우의 순애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고서라도 아이를 지키려는 미주. 둘의 사랑은 절절한 슬픔을 끌어낸다. 목숨과 맞바꿀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면 그것대로 의미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오래 함께 사는 것만이 사랑이고, 행복은 아니니까. 이젠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나이라 그런걸까. 십대 때 지켜본 이들의 사랑은 그저 슬프고, 아팠는데 불혹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미주가 치료를 받고, 승우와 조금만 더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