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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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류현재

2003년 MBC 드라마 단막극〈아빠 로미오 엄마 줄리엣〉각본으로 데뷔, 그 후 방송작가로〈난 니가 부러워〉〈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 등을 선보였다. 장편소설 『야미』『남편은 요세미티에 있습니다』『아내를 위해서 월요일에 죽기로 했다』『네 번째 여름』 등을 냈다. 지금은 남해에서 반은 작가, 반은 어부로 생활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자연산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이 되고자 한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은 제목부터 책 표지, 프롤로그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 흔치 않은 책 중의 하나이다. '가족...' 내게도 가족은 딜레마 같은 존재일 때가 있다. 너무 애틋하고, 사랑하지만 또 그래서 쉽게 상처받고 아프게 된달까. 책의 프롤로그는 가슴과 배에 칼을 네 군데나 맞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 하는 남편이 찹쌀떡이 목에 걸려 점점 숨이 멎어가는 아내를 지켜보며 하는 생각들을 담고 있다.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서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게 된다.

 

 

#김은희

은희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후 이혼을 했고, 친정 동네에 집을 얻을까했었지만 우리에게 기댈 생각 하지 말고, 네 맘대로 했으니 스스로 책임지고 살라 했던 아버지 김영춘과 어머니 이정숙의 말에 크게 상처 받는다. 그렇게 아들과 단둘이 생활하던 중, 엄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병원으로 달려간다. 은희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엄마를 간병하지만 고생이 많다는 형식적인 인사나 하고 떠나는 형제들에게 서운하기만 하다. 또 그들의 자신의 사정만을 이야기하며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시려하지만 아빠가 이를 반대한다. 결국 은희가 부모를 모시기로 하는데, 언젠부터가 존경하는 부모는 지긋지긋한 노인네로 바뀌어 있었고. 노인들과 24시간을 함께하는 일은 예상치 못한 고역이었다.

                           

나 한 사람 희생하면 다른 가족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집에 들어온 건데, 철저하게 자기들만 생각하는 형제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배신감이 들었다. 왜 나만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밀려왔다.

p.39 중에서.

김영춘은 이정숙의 상태가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고,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김은희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라고 걸핏하면 트집을 잡는다. 은희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들이 하는 말을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 하지 않는 것 뿐이었는데...

 

소설을 읽고 있으니 '긴 병에 효자없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픈 사람도 간호하는 사람도 편치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그마저도 기간이 길어지면 서로 지치게 되는 것 같다. 소설은 은희 뿐만 아니라 현창과 인경, 현기 또 김영춘과 이정숙의 시선에서 각자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아픈 부모를 간병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일이 되기도 한다. 소설은 노인 돌봄 문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가지는 취약한 시스템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우리 모두의 문제로 회자되어 고민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기암 아버지와 함께했던 이년의 시간이 내겐 너무 소중했지만 또 살면서 제일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간병이나 돌봄과 관련된 사회적 제도가 다양하게 마련되어있었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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