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 복수하는 여자들
한수옥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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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

 

<네메시스>는 4인의 여성 작가가 산후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과부하>, <네메시스>, <마더 머더 쇼크>,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 등 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아이가 있는 내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열달을 품고, 산고 끝에 태어난 아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땐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고, 신기했다. 하지만 오롯이 그 감정만을 느끼기엔 녹록치 않은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산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올라간 간수치때문에 어지러움증을 수시로 느꼈고, 아이를 안아주기에도 버거웠던 체력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지 못 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늘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게다가 현장 경력이 중요했던 나의 직업은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벽에 부딪혔고, 나로서 사는 삶은 앞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 좌절했었다. 책은 출산과 육아를 경험해본 여성이라면 무척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가슴에 팍 꽂히는 인물의 대사도 더러 있었는데, 그 때의 감정들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은 육아를 뒷전으로 미루었다. 승진 준비를 해야 한다, 중요한 모임이 있다, 출퇴근 거리가 멀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자기만 직장 생활 해? 나도 하는데.' 아이들 챙기랴, 일하랴, 가끔 시댁 행사에 참여하랴, 과부하가 걸릴 지경인데 그는 여유롭기만 하다. 물론 전혀 도와주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 힘을 보탤 때도 있찌만 그건 말 그대로 조력자, 육아의 주체는 항상 그녀였다.

p.9 중에서.

지금도 봐봐! 이 찰거머리 같은 게 나한테서 안 떨어지잖아! 내 숨통을 바짝바짝 조이잖아! 아무것도 못하게 내게 매달려서! 나 화장실도 혼자 못 가! 샤워도 혼자 못해! 그런데 어떻게 살아! 어떻게 사냐고!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웬수!

p.34-35 중에서.

#과부하

세 명의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승연, 딸 승연의 두 아이를 키워준 후에도 아들 승우의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 중인 미영, 8살 지훈과 3살 지수를 키우는 윤지. 이야기는 승연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자는 두 아이를 깨워서 먹이고 입혀 유치원에 등원 시킨 뒤에야 비로소 일터로 가는 승연과 둘째를 출산하기 전에 겪게 된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는 윤지, 평생을 자식들에게 헌신했지만 손주까지 돌보아야 하는 미영은 지금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라 마음이 아팠다. 아빠들의 육아참여가 예전에 비해 훨씬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엄마가 중심이 되는 육아는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반전 결말은 속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네메시스

아이를 잘 돌보기로 소문난 베이비시터 이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태화 회장의 막내 아들 태주관은 자신의 처인 주희가 산후우울증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녀를 밖으로 나오게 해준다면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수는 거실에 놓여있던 액자 속 사진을 보고 조건을 수락한다. 사진 속 엄마와 여자 아기는 자신과 자신이 버린 딸 주희였는데...

 

#마더머더쇼크

저수지에 빠진 차 속에서 물에 가라앉고 있는 혜서, 우울증 약을 복용해왔던 그녀는 5개월 된 아들 노아를 자신이 죽였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태이다. 그 때 걸려온 한통의 전화, 의사 이유진은 혜서의 우울증 약을 다섯 알 이상으로 처방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혜서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에 의문을 품는데...

 

#한밤의아기울음소리

주민센터 복지과에 근무하는 서성민 사회복지사는 아기가 밤에 많이 운다는 민원을 받고, 이해주의 집을 방문한다. 홀로 아기 다연을 돌보는 일이 버거워 보였던 해주에게 성민은 돌봄서비스를 소개한다. 해주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대신에 성민이 함께 와 줄 것을 부탁하고, 성민은 이를 수락한다. 그 무렵 강동서에는 팔에 붕대를 맨 남자 강무선이 형사인 강아정을 찾아온다. 앱으로 채팅을 하던 중에 만난 여성이 칼을 마구 휘두르고 찔렀는데, 당시 여성은 이상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정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작품 속 여성 인물들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육아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들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육아의 주체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되어야 한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 당연하지 못해서 많은 문제가 생기는 듯하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워킹맘의 비율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육아와 병행할 경우, 여성 개인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지금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훗날 우리의 딸들에게는 보다 나은 날들이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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