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일까? 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부모 역할은 어떤 걸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에 의하면 1940년 무렵엔 진정한 부모 노릇은 관심사나 화젯거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부모 노릇에 대해 언론에서 목소리 내고, 연구하기 시작했던 건 1980년대에 이르러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전 시대를 살았던 부모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당시만 해도 아이의 감정을 일일히 신경써주는 부모가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그 시절을 보낸 우리의 부모 세대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좋은 부모 역할'은 현재 나의 관심사이니 만큼 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 궁금한 것들이 줄줄이 생긴다. <부모 번아웃>은 부모 번아웃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또 책을 읽는 부모들이 자신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단지를 수록했고,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조언도 담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고 이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퇴근 후, 아이들이 있는 집에 귀가하고 싶지 않았다거나 아이 앞에서 화가 폭발했던 경험은 부끄럽지만 내게도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번아웃 증상을 고스란히 겪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의 시간이 생기면서 차츰 나아진 듯하다.
번아웃이 지속될 경우, 자녀와 배우자에게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따라서 번아웃에 빠졌을 경우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휴식을 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번아웃에 빠지게 된 환경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되는 번아웃 상태에 속수무책인 부모는 어찌해야할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사회적인 시스템도 갖춰야할 것이고, 또 부모 개인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번아웃에 빠진 부모가 책을 읽는다고해서 눈 앞의 상황이 당장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네 탓이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해서 읽는 동안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