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것들의 도시 일인칭 4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지음, 신효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마시밀리아노 프레자토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 작가로, 1967년 이탈리아 토리노(Torino)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1985년부터 다양한 잡지에 실렸다. 1989년 이탈리아 프라토(Prato)에서 열린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1990년 미국의 소설가 제롬 차린(Jerome Charyn)의 마고(Margot) 시리즈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물건과 휘몰아치는 기억의 폭풍...

그것은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에게 고하는 가장 화려한 작별이었습니다. 까마귀는 폭풍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꿈에서 보았던 노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 중에서.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고급스러운 양장본 커버에 제법 도톰한 양의 동화책이다.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과 그것에서 풍겨나오는 색채는 독특하면서도 신비롭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엔 '아, 난해하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책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선뜻 다시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책상 한 켠에 꽂아두고 있었는데, 하루는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꺼내들게 된 책이기에 그림과 글자를 단순히 쫓는 것에서부터 벗어나 조금은 더 진지한 자세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책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등장한다. 까마귀는 잊혀진 것들의 도시, 샤(Sha)의 주인이다. 시간의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시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었으며 그저 바람만이 집과 집 사이를 드나들고 있을 뿐이다. 까마귀는 잊혀진 것들을 돌보았고, 어느날 샤에는 작은 행성이 떨어진다. 행성도 정성껏 보살피는데, 안쪽에 단단하게 박힌 무언가를 발견하고 빼내려고 한다. 그것은 폭탄이었다. 행성은 모든 것을 토해내는데...그것은 인류가 창조하고, 사랑하고, 잊어버린 모든 것에게 고하는 가장 화려한 작별이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진한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글도, 그림도 이해가 안 되었고, 두 번째 읽었을 땐 글귀들을 이해했고, 세 번째로 읽었을 때에는 그림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책이 말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식대로 해석하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우리에게 잊혀진 모든 것이 모여있는 도시에서 쓸모없는 것과 값진 것을 정성스럽게 돌보는 까마귀.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애당초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는 듯 돌보는 일에 몰두한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바쁜 삶에 쫓겨 잊은 채로 잊혀진 채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잊혀진 것들의 도시'는 결국 내 가슴 한 켠에 묻힌 채 잊혀지고 있는 것들을 보관하고 있는 기억 창고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도시의 가장 깊은 곳인 우물 바닥에는 잊혀진 사람들이 있는데, 까마귀는 그들과 마주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내 마음도 꼭 까마귀 같았다. 어린 시절 마음을 나누던 친구, 사랑했던 강아지들, 친했던 선.후배, 아빠의 목소리... 깊은 곳에 잠겨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먹먹해져 온다.

 

작은 행성에 박힌 폭탄이 폭발 한 후에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다는 것은 오랜 기억들을 비워내고 홀가분해졌다는 의미일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치도 못한 것을 들여다보게 된다. 오랜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린 건 아니지만 책을 통해 '다 괜찮다'하고 위로 받은 기분이 든다. 잊혀져 가는 기억이지만 또 그건 그것대로 소중하니까 간직해두고 싶은 마음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 책, 괜찮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

 

 

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