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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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혜영

소설가이자 인문·교양·세계사작가이다.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림자들의 전쟁』, 『화엄사의 종소리』 외 다수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꽃은 왜 아름다운가』 외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욕망이 만족을 이루려면 허용된 현실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서 현실과의 갈등이 초래되며, 그 과정이 현대문학의 핵심주제로 채택된 것이라 단언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하지만 방금 언급한 것처럼 그 언덕은 유리입니다. 육체의 중량 때문에 미끄러지고 깨어져 살갗이 터지고 찔려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p.10-11 중에서.


문학 박사이면서 대학교 강사직을 맡고 있는 한태주와 여리여리하면서 청초한 매력으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대학원생 서다요. 소설은 이들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태주는 제자인 혜진과 만나게 되는 자리에서 그녀와 함께 나온 혜진의 사촌 언니 서다요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다요 역시 태주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녀에겐 약혼자 백민호가 있다. 다요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고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대형 회사의 협력 업체로 선정되는 방법 밖에 없는데, 백민호의 아버지는 그 회사에서 선정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사로 재직 중이다. 다요의 아버지는 자폐증 환자인 백이사의 아들 백민호와 다요를 정략 결혼 시키는 조건으로 협력업체 선정을 담보받는다. 다요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도 없고, 마음에 없는 남자와 함께하는 건 싫기만 하다. 한편, 태조는 이런 다요의 상황과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욕망 속에서 갈등하는데...

 

'하나의 심쿵한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작가의 말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내게 태주와 다요의 이야기는 진부하게 느껴졌다. '약정결혼'으로 엇갈리는 남녀의 사랑이란 소재는 많이 봐왔던 것이고, '태주의 여성관'(p.91: '다요에 비하면 혜진은 여자다운 데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라고 표현된 부분에서 '여자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은 조금 불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중에서 대학 강사인 태주가 명명하는 '유리언덕'이라는 말은 독특하면서도 신선했다. 또 그들의 이야기는 '유리언덕'의 그것과 꼭 맞아 떨어졌는데,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책이 재미있게 읽혀졌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가려 애쓴다. 통제를 위해 설치해놓은 경계가 유리언덕인데, 이것을 넘어서게 되면 상처를 입게 된다. 태조와 다요는 유리언덕을 넘게 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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