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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있어요 ㅣ 라임 청소년 문학 54
일라나 캉탱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일라나 캉탱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열한 살 때 가족 공용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오늘 <박씨전>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린시절에 읽었을 때엔 못 생겼지만 비범한 능력이 있는 여자 주인공의 활약상이 기존 소설과는 다르게 다가와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 온갖 설움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참아내는 박씨의 인내에 박수 갈채를 보내기도 했는데. 오늘은 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못 생겼다고 첫날밤부터 거들떠도 봐주지 않는 이시백을 왜 생각해주고 있나 싶고, 과거시험 보러가는 그에게 신묘한 연적을 전해주고 싶어 잠깐 들르라고 했더니 소식 전하러간 여종만 잡는 사람한테 그걸 굳이 전해줘야했나 싶고. 더군다나 이시백의 장원급제를 축하하며 열리게 된 잔치에서 못 생겼기때문에 며느리가 얼굴 비추는게 싫은 시어머니의 모습에서도 강한 반감이 생긴다. 여자의 적은 같은 여자라더니. 다행히도 박씨의 내면을 알아봐주는 시아버지와 그녀를 아껴주는 친정아버지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 이야기 상당히 화가날 뻔했다. 또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여자 주인공인 마리암의 삶이 녹록치 않다. 그저 여자여서, 여자니까.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에 스스로를 맡겨야 하는 삶이 가슴 저리고, 슬프게 다가온다. 여성신장과 관련해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찌 되었건 '온전히 능력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옳다'는 걸 알아주는 세상에서 태어난 걸 감사해야 할 듯 하다.
<할 말 있어요>는 '페미니즘'을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다. 올랭프 드 구주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인 아멜린이 동갑의 남학생 폴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고, 정당방위를 행사하지만 오히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전학 조치를 받는 사건이 일어난다. 일련의 과정을 알게된 라셸은 '수업 거부 운동'을 추진하며 부당하게 일어나는 일에 항의하려고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일에 난감하기만 하다. 일부 여학생과 몇몇 선생님들의 지지를 얻게 된 이후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교장 선생님과 면담도 해보지만 이야기는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질 않는다. 책은 소수 약자의 입장이지만 부당하지 못한 일에는 옳지 않다고 소리 낼 줄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멜린과 폴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들이 대응해나가는 방식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실제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여성에 대한 선입견, 무의식적인 차별로부터 세상을 상대로 용기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덩달아 생각이 많아진다. 나의 아이들이 소설 속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가 되면 이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