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t Last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
리퍼 지음, 가시눈 그림 / 투영체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리퍼
저에게는 다시 시작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성폭력의 일상성과 개인의(어쩌면 협소할지 모를) 치유과정을 담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처에 대해 좀더 대화를 여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는 어린 시절 겪었던 성폭력으로 인해 오랜 시간 많이 아팠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화에세이다. 책은 기록기와 치유기, 총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 책을 봤을 땐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에 놀란 표정과 동시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표지 속 아이의 얼굴과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는 제목이 이해가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나보다.
하얀 백지처럼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저자는 늘 악몽에 시달린다. 아무리 몸을 닦아도 잊고 싶은 기분은 사라지지 않고 많은 눈들이 그녀를 바라본다. 불쑥 나타난 여러 개의 손이 그녀에게 돌을 던진다. "꿈을 깨도 꿈속이고 꿈이 곧 현실이며, 현실에서도 나는 꼭 꿈 속 같다."는 표현이 어쩐지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만 깨어나고 싶은데 꿈이 현실이기도 하고 또 꿈이기도 하다면. 더구나 그 꿈이 무섭고, 싫은 악몽이라면 막막하고, 두려울 것 같다.
어린 시절의 흉터는 이십대가 된 저자의 삶에도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옷 입는 것에서부터 동생, 이성, 부모와의 관계까지. 나였더라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마음에 이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모에게도 털어놓치 못한 채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가해자의 집을 매일 지나다니면서 그 일을 얼마나 되뇌였을까. 이후에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신들이 얼마나 쌓였을까.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그 일을 털어놓지만 그저 '니 잘못이 아니라'는 엄마의 위로로 모든 것이 마무리 되어버린 점이다. 성폭력에 관련된 일들은 쉬쉬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던 그 때의 사회적 분위기들이 몹시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미투'를 비롯하여 <At Last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의 출간 소식은 달라지기 위한 노력들로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흉터를 말할 수 있게 된 저자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