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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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지영

예술에 둘러싸여 살다가 예술로 사업을 했다. 예술과 관련한 글을 쓰다가 예술로 교육을 시작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재밌는 광장을 위해 예술을 보고, 느끼고, 쓰고, 강의한다. 지은 책으로는 예술 에세이 『봄 말고 그림』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감각이 부족했던 탓에 미술과 음악은 다른 세계의 것인줄 알았다. 누가 정해놓은 것 마냥 살면서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던 것들이기에 책을 읽기 전에도 고민에 빠졌다. 길고, 지루한 시간을 애써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하지만 기우였다. 첫 장을 펼쳐들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건 설렘의 징조였는데, 일단 어렵지 않고,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제법된다. 이 때부터였다. 아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

 

정보경의 <자화상>이라는 작품과 저자의 생각을 담은 글에서 나의 시선이 한참을 머물렀던 것 같다. 저자는 얼마 전 마음을 서걱거리게 만드는 자화상을 보았는데, 그 이유가 심연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서라고 했다.

 

                           

나와 잘 지내는 사람이 남과도 잘 지낼 수 있다. 나를 직시하는 사람만이 타인도 깊이 응시할 수 있고. 좋은 사람이란 제일 먼저 나를 살펴 마음에 자리를 만드는 사람 아닐까. 나를 알아가기에 괜찮은 날들이다. 나와 친해지기에 좋은 시절이다. 물론 당신들과의 왁자지껄을 못 견디게 그리워하면서.

p.19 중에서.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어서인지 그림 속 중년 여인의 모습이 공감가서 마음이 저릿했고, 덧붙여진 작가의 이야기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졌다. '엄마는 이래야만 한다.'라는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틀때문에 버겁고,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나 자신은 내버려둔 채 아둥바둥 지내다가 어느날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의 어둡고, 작았던 내 모습이 함께 떠올라서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나를 알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예술품을 들여다보는지 알고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그림들이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다. 잘 모르니 멍하게 있다가 오는 게 싫어서 계기가 없으면 미술관도 찾지 않는 편인데, 책을 읽고 나니 가보고 싶어졌다. 좋고, 나쁨의 분별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알아가는 취향의 발견을 위해서 미술관을 찾아다닌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일리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 탔던 '자전거'가 각인되어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그렇다고 하니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기분들을 알게 해주고 싶다. 행복한 기억 하나, 가슴에 아로새겨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가볼테다, 미술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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