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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
성윤석 지음, 최갑수 사진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성윤석
이번 산문집은 저자가 ‘비 오고 눈 내리는 날과 햇빛 찬란한 아침, 달밤 등 많은 날씨 속에 겹쳐져 있었던 어떤 순간’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것들을 식물 기름으로 바꾸는 열경화성 식물 수지 벤처 기업을 하다가 망하면서 여러 일을 전전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지난 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에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산문집이라고는 하나 한 편의 글이 그리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운치있는 흑백 사진이 서정적이면서도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
지은 죄도 없는데 법원 앞을 지날 때마다 주눅이 든다는 사내와 점심을 먹었다. 부도와 실직의 줄에 나도 서 본 적이 있어서 밥 반 공기를 덜어 주었다. 파산하러 온 사내들과 여자들의 줄엔 휠체어도 보였고 목발도 보였고, 츄리닝과 넥타이도 보였다. 그 어떤 말도 약간의 현금도 위로가 되지 않는데 희미한 신의 음성, 잘했던 일도 있어 이제 제로라며, 이제 자유야. 그런 음성들이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다.
p.183,'법원 앞' 중에서
파업 이후로 온갖 일을 해 온 저자의 이력과 그의 묵직한 글을 보면서 '그동안의 삶이 참 평탄치 않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을까. 글 속에는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글의 분위기가 침울하고, 사색적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과 저자의 자전적 표현들은 읽는 이의 입장에서 어렵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어려운 시기를 지나 오늘에 내가 있기까지 무던히 애쓰며 노력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