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나태주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알고 난 이후로 새롭게 출간되는 그의 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읽기 시작한 것 같다. 어느새 팬이 되어버렸나 보다. 1945년에 출생한 저자는, 그동안 점점 잊혀지는 기억들을 붙잡고 있기 위해 무던히도 애써왔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버거운 나이이기도 하고, 이제는 잊어도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집필하고 그만 잊기로 했단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객관화하기 어려워서 쓰고, 관두기를 몇 번 하다가 쓰게 된 책이라고 한다. 나도 일흔이 넘는 나이가 되면 내 안에 있는 기억들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놓아줄 수 있을까. 벌써 흐려진 기억들이 많아서 떠올리고 싶어도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들도 많은데... 새삼 나태주 시인이 대단해보인다. 저자는 1945년에 출생해서 6.25 한국 전쟁을 겪지만 서른 여덟 살에 혼자 된 외할머니의 따뜻한 품에서 평화롭게 자란다. 외할머니는 여섯살이 될 때 까지도 저자를 업어주었을 만큼 그를 사랑으로 기른다. 또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굶주려 있는 아이에게 찬밥을 챙겨주기도 하는데, 늘 사람이 먼저임을 가르쳤다고 한다. 엄마 이상의 의미를 지닌 외할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 저자는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 근방에 머물렀던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풀어놓는다. 마치 할아버지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가 재미있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1940, 50년대라니.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격변의 시기를 살아내면서 가슴에 품어온 이야기를 덤덤히 써내려간 그의 글은, 나의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지난 날과 일치하는 것들이 많아서 반갑기도 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글이 될 것이며 이후 세대들에겐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으로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