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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
소연정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1년 12월
평점 :

저자 소연정
자연과 동물을 사랑합니다. 하루 한 시간 독서, 한 시간 그림, 한 시간 글쓰기,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밤하늘, 별, 그리고 여행 가방을 든 채로 문을 나서기 위해 서 있는 소녀. 따뜻함이 묻어나는 표지에 꽤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무른다. <여행의 시간>은 저자가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그림과 함께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그녀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로마 바티칸 미술관, 콜로세움, 메테오라의 수도원을 찾는다. 머무르는 여행지 마다 사람들이 추천해 준 장소나 꼭 해봐야 할 것들을 떠올리지만 막상 여행 후, 그녀의 마음 속에 남은 건 전혀 다른 기억들이다. 콜로세움에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아주머니를 만났던 일, 산봉우리에 있는 바를람 수도원에서 만난 바싹 야윈 개와 길을 걷다가 한차례를 쏟아진 비를 맞고 간식을 나누어 먹은 일,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들을 보고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었던 일, 베른에서 느릿느릿 걸어다니다가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을 때 스쳤던 바람...


바하리야 오아시스에 갔을 때야.
사람들은 흰 사막과 검은 사막을 보라고 했어.
낙타도 타 보라고 했지.
하지만 나는 밤하늘을 가득 수놓는 별들을 만났어.
살아서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도 들었지.
그리고 차츰 밝아 오는 새벽을 맞았어.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걸로 충분했어.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그림책인 것 같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고, 꽉 찬 기대감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것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함께 한 이들과 나의 시간에 집중한다. 또 갑작스럽게 생기는 돌발상황은 즐겁게 대처한다. 여행의 순간은 찰나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추억이 된 시간은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또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여행의 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나는 이러한 것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다.)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로 잠들었던 여행 세포들이 하나, 둘 깨어나는 듯 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헤매기도 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며 그 시간 속에 온전히 머무르다 돌아오고 싶다. 그런 날이 얼른 오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